[기자의 눈] 눈물의 탈서울...외곽으로 밀려나는 전세난민

2024-04-12 05:00


그야말로 전세 거주민들의 수난시대다. 서울살이를 포기하고 수도권 외곽으로 집을 옮기는 '전세난민' 신세로 전락하고 빌라 전세 입주자들은 월세로 밀려나고 있다. 2년 전 계약 당시의 전세가격으로는 현재 서울에서 집을 찾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본격 발생한 전세 사기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난민 현상은 통계로 확인 가능하다. 지난해 서울에서 경기도와 인천으로 전입한 인구는 1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전입 인구의 30% 이상(인천 34%, 경기 32%)에 달하는 규모다. 10만명은 전입 이유 1위로 주택 문제를 꼽았다.

서울 전세민들이 수도권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것은 올라도 너무 오른 전셋값 때문이다. 4월 첫째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7% 올랐다. 지난해 5월 넷째주 이후 4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9390만원으로, 지난해 2월 5억9297만원보다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전세 강세가 이어지며 6억원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 가격이면 수도권 외곽의 구축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만큼 전세민들의 탈서울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과 경기 지역의 집값이 서울에 비해 최대 절반 가까이 싸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와 전세가는 인천과 경기지역보다 최대 3배가량에 달한다. 

정부가 전세 사기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대책도 오히려 '전세난민'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주택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낮추면서다. 빌라 전세 수요자 상당수가 자금 여유가 없어 HUG 등 정부 전세 대출을 이용한다. 그만큼 임대인으로서는 전세금을 낮추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다. 다만 전세금을 낮추면 이전 임차인에게 돌려줄 돈이 부족해진다.

소액이면 대출을 받아 돈을 돌려줄 수 있겠지만 보증금 한도를 넘어선 4000만원 이상을 감내하기엔 임대인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전세금 반환을 하지 못한 임대인의 물건이 경매에 부쳐지는 사례가 늘며 피해를 입는 세입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도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2월 전국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70.7%로 처음으로 70%를 넘겼다. 결국 서민 주거비 부담은 늘어나면서 저소득층의 주거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 

그간 국내 전월세 시장은 다주택자에게 기댄 측면이 크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이 부담은 세입자에게 전가돼 왔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세입자가 교통지옥을 감내하며 서울 인접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기고 주거비 부담이 큰 월세로 전환하는 것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집 없는 세입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선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은 물론, 저렴한 임대료가 강점인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을 적극 확대해 무주택 서민들의 고단함을 덜어주길 바란다. 

 
건설부동산부 남라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