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이의 다이렉트] 벚꽃·야생화 반기는 완주…몸과 마음 힐링으로 완벽한 주말
2024-04-12 06:00
고즈넉한 매력 오성한옥마을…청정자연에 고택서 옛 정취 '만끽'
호남평야 한눈에 담고 싶다면 랜드마크 우석대 본관 23층이 '딱'
한방·웰니스 축제로 건강 UP…13~14일 축제 통해 맨발걷기 체험도
호남평야 한눈에 담고 싶다면 랜드마크 우석대 본관 23층이 '딱'
한방·웰니스 축제로 건강 UP…13~14일 축제 통해 맨발걷기 체험도
팝콘 알갱이처럼 풍성한 벚꽃이 터져오르는 봄. 전북 완주 곳곳에 하얀 벚꽃과 분홍빛 벚꽃 사이로 동백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산에는 작고 여린 야생화들이 물기를 머금고 등산객들을 반갑게 맞아 준다.
봄을 머금은 4월의 완주는 각종 꽃으로 가득했다. 옆 마을 전주가 왁자지껄한 관광객들로 북적였다면, 완주는 고요하고 고즈넉한 명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뚜벅뚜벅 완주의 걷는 길과 BTS 로드, 역사를 간직한 소박한 사찰 화암사까지 흩날리는 벚꽃 잎이 이끄는 대로 둘러봤다.
◆한옥에서 즐기는 붉은 봄의 동백
BTS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진 오성한옥마을. 마을 주변에는 종남산과 서방산, 위봉산 등 울창한 산림이 넘실거린다. 맑은 계곡과 호수까지 자리하고 있는 이 마을은 완주에서도 자연생태경관이 아름다운 명소로 손꼽는다.
오성한옥마을은 한옥스테이와 오스 갤러리, 아원고택, 소양고택 등으로 이뤄졌다. 아원고택 1층은 현대식 갤러리로 꾸며져 있고 2층에서 단아한 한옥의 풍경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만사 제쳐놓고 쉼을 얻는 곳’이라는 만휴당과 안채, 사랑채, 별채로 구성된 이곳은 정경이 아름다워 매년 이곳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소양고택은 고창과 무안에 있던 180년 된 고택 3채를 해체해 소양면에 이축한 한옥이다. 문화재 장인들의 손을 거쳐 그대로 복원된 소양고택은 우리 고유의 전통미와 예술 콘텐츠가 담긴 한옥 문화체험관으로 재탄생했다.
소양고택에서 느긋하게 한옥 사이를 걷기도 하고 햇살이 가득 들어온 한옥 처마 밑에 앉아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본다. 바람에 실려 오는 꽃잎들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흩날린다. 설레는 봄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한옥마을 인근에는 ‘완주 BTS 힐링 성지’라고 불리는 ‘소양 오성제’가 있다. BTS 서머패키지 촬영지로 알려진 오성제 둑방길에는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뒤로 청량한 강이 잔잔하게 흐른다. 이곳 완주까지 내려온 BTS 팬들은 소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긴다.
◆ 야생화를 가득 품은 ‘잘 늙은 절’ 화암사
화암사로 향하는 산길은 땅에서 눈을 뗄 틈이 없다. 2월 눈을 뚫고 나온 복수초부터 보라색 군락을 이루는 ‘얼레지꽃’과 현호색, 개별꽃, 제비꽃까지. 작고 여린 야생화들이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있다. 손톱보다 더 작은 꽃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그 싱그러운 꽃잎이 눈에 선명하게 담긴다. 봄이 오는 시기에는 작고 소중한 야생화를 찍으러 온 사진작가들이 줄을 잇는다.
그중에서도 종달새의 모습을 연상케하는 현호색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산길에 자신의 몸집만 한 물방울을 견뎌내며 산속에 대견하게 살아있는 현호색. 너무 작아서 카메라에 잘 담기지 않지만 그래서 더 신비롭다.
바위를 안고 있는 산. 화암사를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편하게 산을 오를 수 있도록 조성된 나무 계단이 중간에 끊기고 계곡이 흐르는 바윗길이 나타났다. 이끼 낀 바위를 넘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지기도 하고, 손을 잘못 짚어 휘청하기도 한다.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사찰이다.
불명산에 자리한 소박한 사찰 화암사에 다다르니 봄의 소식을 전하러 온 개나리와 벚꽃들이 우리를 맞아준다. 야생화를 잔뜩 보고 와서 익숙한 꽃을 만나니 새삼 반갑다. 안도현 시인은 ‘잘 늙은 절, 화암사’라는 시에서 이곳 화암사를 ‘나 혼자 가끔씩 펼쳐보고 싶은, 작고 소중한 책 같은 절’이라고 표현했다.
조선 시대 불명산 자락에 지어진 사찰 화암사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화암사는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수도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곳으로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이용해 조화롭게 지어졌다. 특히 화암사에는 국보 제316호로 지정된 극락전이 유명한데, 극락전은 처마를 지탱하기 위해 ‘하앙’이라는 부재를 받쳐 놓았다. 극락전은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하앙식 건물이라 독특한 건물을 오목조목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호남평야 지평선 너머 풍광을 한눈에 담다
전라와 충청, 경상이 만나는 곳. 우석대 본관 건물 꼭대기인 23층에 올라서면 완주는 물론 저 멀리 호남평야가 펼쳐져 있다. 우석대를 빙 둘러싼 벚꽃과 함께 완주와 익산이 이어지는 호남평야를 바라보면 마음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다. 만경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는 시야에 걸리는 건물이 없어서 전북 일대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우석대 건물은 완주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완주군에서는 전망대타워를 새로 짓는 대신 비용을 아껴 우석대 본관 23층에 완주문화역사전망대 W-SKY23 누리마루를 조성했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본관이 전국 대학 중에서 가장 높은 대학 건물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23층 108m인 우석대 본관은 21층 높이의 김일성종합대학과 22층인 영남대 본관(현 중앙도서관)보다 높아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높게 지어졌다.
밖에서 바라본 우석대 본관 건물은 작은 신전을 연상케한다. 전면에 짝수, 측면에 홀수의 기둥을 배치하는 그리스 신전 건축양식에 따라 지어졌으며, 기둥 하부에서 3분의 1 지점이 가장 굵고 위아래로 갈수록 얇아지는 곡선적인 흘림을 갖는 ‘배흘림기둥’이 웅장함을 자아낸다.
완주문화역사전망대에서는 XR망원경으로 지역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통유리창으로 탁 트인 뷰를 감상할 수 있다. 글라스타워 전망대와 야외 개방형 루프 가든으로 이뤄진 전망대는 오는 25일 공식 개관한다.
◆ 로컬푸드의 본고장 완주에서 만난 ‘본앤하이리 카페’
모과로 착각할 만큼 커다란 레몬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한눈에 봐도 평소에 알던 레몬과 다른 거대한 크기다. 3대째 완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본앤하이리는 농부인 어머니와 아들, 5명의 지역 청년들이 운영하는 농장이다. ‘나고 자랐다’는 의미인 ‘Born’과 완주 용진읍에 위치한 마을 ‘하이리’에서 따와 이름을 지었다. 직접 기른 레몬으로 만든 레몬차와 빵을 굽는 곳. 이곳은 완주로컬푸드와 시작을 함께했다.
500평 규모의 레몬농장은 들어서는 순간 레몬의 싱그러운 레몬 향이 코를 감싼다. 이곳의 레몬은 수입 레몬보다 1.5~2배 크다. 수입 레몬은 과실이 완전히 익기 전에 따서 한국으로 보내지지만, 이곳에서는 열매가 온전하게 자랄 때까지 키우기 때문에 끝까지 익은 크고 실한 레몬을 만날 수 있다.
레몬나무 사이에서 레몬차를 한잔 마시니 상큼한 기운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기분이 든다. 레몬나무 잎을 하나 뜯어 손으로 비비면 레몬 열매보다 더 깊고 진한 레몬 향이 느껴진다. 레몬차와 함께 나온 레몬샷(레몬엑기스)을 추가하면 레몬의 상큼함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지역 청년 제빵사들이 직접 만든 빵도 일품이다. 레몬 스콘과 마들렌은 크고 맛도 좋은 데다가 저렴하기까지 하다.
1999년생인 황인재 완주로컬푸드영농조합법인 사무장은 완주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자연스럽게 농업에 뛰어들었다. 직접 레몬을 재배하고 완주의 토종 채소들을 활용한 상품을 만든다. 본앤하이리에서 판매하는 단호박 식혜와 전통 식혜에는 시중에 판매 중인 식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맛이 있다. 은은한 단맛에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렸다.
◆봄의 풍경이 아름다운 모악산
완주와 전주, 김제의 경계에 있는 산. 모악산은 정상에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의 바위가 있어 예로부터 ‘모악’이라 불린다. 해발고도 793m의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모악산은 특히나 봄의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흐드러지게 벚꽃을 피운 나무들 사이로 모악산의 치마폭에 안긴 전북도립미술관을 만났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전라북도의 미술문화 창달에 기여하기 위해 건립한 공공미술관으로 2004년 10월 개관했다. 3월 29일부터 6월 30일까지 ‘버릴 것 없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폐기물을 재활용해 환경 파괴와 과잉 생산 등에 대한 시각을 담았다.
전북도립미술관 도슨트 담당자는 “전북도립미술관은 연평균 10여 회 기획전시를 개최하는 전북도 대표 미술관이다”라며 “설치미술 작품이 많아 특히 젊은 층의 반응이 좋다. 가까운 전주 한옥마을에서 전시를 보러 넘어오는 관광객도 많고, 전시를 보러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도 이곳을 찾아 주신다”고 말했다.
◆ 2만원에 즐기는 한방치료와 한증막
공기 좋은 산속에서 따뜻한 약차를 한잔 마시니 몸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모악산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안덕마을에서는 한옥에 머물면서 마을 곳곳에서 한방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곳은 마을 면적 절반 이상이 모악산 도립공원에 속해 있는 모악산이 품은 마을이다. 안덕마을 한의원과 연계해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건강 체험 프로그램과 건강 힐링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2만원이면 한의원에서 침과 쑥뜸 치료를 받고 한증막까지 즐길 수 있다. 10여 가지 한약재를 달인 물로 황토흙을 빚어 만든 토속한증막은 체질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웰니스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황토한증막 체험은 입장 후 한증과 산책을 함께하는 안덕마을 대표 체험 중 하나. 주말에만 한의원을 찾는 사람이 100~150명에 이른다. 날이 추워지면 더 인기다. 한증막은 겨울철 200~300명의 사람들이 찾는다.
한증막과 연결된 ‘옛금광굴’은 한여름에도 시원한 공기를 유지해 주민들의 특별한 피서지로도 활용된다.
이외에도 △쑥뜸체험 △한방향기주머니 만들기 △손수건 천연염색 △인절미 만들기 △두부 만들기 △매듭 팔찌 만들기 △농작물 수확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 ‘웰빙·행복·건강’ 완주 모악산 웰니스 축제
오는 13일부터 14일까지 양일간 전북도립미술관 잔디광장에서는 제2회 완주 모악산 웰니스 축제가 열린다. 지난해 벚꽃운동회, 산빛 물빛 멍때리기 대회 등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완주 모악산 웰니스 축제는 올해도 ‘웰빙·행복·건강’을 테마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건강의 길을 지나, 행복의 마을을 들러, 치유의 숲으로’라는 주제로 완주 모악산-구이저수지-술박물관-경각산-안덕힐링마을 곳곳에서 완주의 진짜 매력을 만날 수 있다.
기획 프로그램으로 <맨발걷기가 나를 살렸다>의 저자이자 맨발걷기 국민운동본부 회장을 맡고 있는 박동창 명사의 강연과 모악산~대원사 구간 맨발 등반, 숲해설가와 함께하는 모악산 숲크닉, 구이저수지 둘레길 걷기 등이 진행된다.
축제 기간 모악산 공원 축구장에서는 열기구가 떠오른다. 열기구에 탑승하면 모악산부터 구이저수지까지 일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안덕마을 건강힐링체험마을에서는 안덕마을 토속한증막과 한의사의 진료로 면역쑥뜸을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축제에는 웰니스 주제에 어울리는 클래식, 어쿠스틱, 뮤지컬 등 무대공연을 시작으로 웃음소리로 상품을 수여하는 ‘웃으면 복이 와요’, 매달리기 왕을 뽑는 ‘모악산 턱돌이를 찾아라’ 등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