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0] 野 위기마다 尹이 도왔다...명품백‧런종섭‧대파 875원

2024-04-11 06:37
野, 이재명 피습부터 공천 파동 논란 등
'이종섭·황상무' 사태 정권심판 기폭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지난 9일 용산역 앞 광장에서 열린 '정권심판, 국민승리 총력 유세'에서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둘 전망이다. 지상파3사(KBS-MBC-SBS) 출구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의석을 포함해 최소 178석, 최대 197석을 얻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는 최소 85석, 최대 105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새해부터 이재명 대표의 피습으로 비상 상황을 맞았다.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과 후보 막말 논란으로 위기에 직면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의 등장과 선거 유세 기간 내내 윤석열 대통령의 '875원 대파' 발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주호주 대사 임명 논란 등을 언급하며 '정권 심판론'을 부각해 위기를 돌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부산 방문 일정 중에 60대 남성으로부터 습격을 당했다. [사진=연합뉴스]
 
피습부터 '비명횡사' 공천 논란까지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올해 첫 행선지를 부산·울산·경남으로 정했다. 이번 총선 최대 승부처에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윤석열 정부 실정을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결정은 그의 정치적 생명뿐만 아니라 운명까지 뒤바꿀 뻔했다.

이 대표는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서 지지자인 척 접근한 60대 남성으로부터 습격을 당했다. 이 대표는 흉기로 목 부위를 찔리면서 1.5㎝의 자상을 입었다. 생사를 오갈 위기의 순간이었지만, 다행히 흉기가 급소는 피했다. 이 대표는 피습 8일 만에 퇴원하면서 "증오하고 죽이는 전쟁 같은 정치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위기는 계속됐다. 1월 11일 이 대표와 대선 경선 경쟁을 했던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했다. '전쟁 같은 정치 종식'이 그의 탈당 이유였다. 앞서 1월 10일에는 비주류 3인방인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이 당을 떠났다. 당은 곧바로 내홍에 휩싸였다. 이어 2월 27일 당 공천관리위원회와 전략 공관위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친문 좌장' 홍영표 의원을 공천 배제(컷오프)했다. 이에 홍 의원은 탈당했다.

또한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전해철·강병원·박용진·송갑석·윤영찬 의원 등이 2월 20일 '현역 하위 20%'를 받아 경선에서 감점받았다. 이들의 빈 자리는 '친명 원외' 인사들이 메웠다. '비명횡사' 공천은 결국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의 편법 대출 의혹과 김준혁 후보(경기 수원정)의 막말 논란으로 번지며 총선 막판까지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의 심장전문병원인 부천세종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권 심판론' 내세우고 조국혁신당 등장
하지만 위기 때마다 민주당을 도운 것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민주당 내홍이 극에 달했을 땐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논란이 불거졌다. 이 대표가 '비명횡사' 공천으로 비판에 직면했을 당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며 '런종섭 파문'을 일으켰다. 양문석·김준혁 논란을 가린 것은 875원 논란을 일으킨 '대파 한 단'이었다.

민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3월 15일 총선 슬로건을 '못살겠다, 심판하자'로 정하면서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대표는 "악어의 눈물에 속지 않고 그들의 성과, 민생 실패에 대해서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 달라"며 여당 동정론을 차단했다. 공식 선거운동도 대통령실이 위치한 서울 용산에서 시작해 용산에서 마무리하는 '용두용미' 일정으로 구성했다. 용산만큼 '정권 심판'을 상징할 수 있는 장소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은 역시 민주당에 호재였다. 3월 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창당한 조국혁신당은 야권 지지층 결집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비명횡사' 공천으로 이 대표 체제에 실망한 이들까지 흡수하며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지지율까지 넘어섰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은 진보 진영의 파이를 키우면서 이 대표와 민주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조국혁신당은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이란 의미의 '지민비조' 슬로건으로 민주당과의 친밀성을 강조했다. 이는 투표 참여를 주저했던 야권 성향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국혁신당은 총선 이후에도 민주당과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