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최대 판매사 '국민·신한·하나'도 자율배상 예고했는데…농협·우리 왜 늦어질까

2024-04-10 15:00
농협 "사모펀드 사태 등 손해액 지급 경험 미보유"
고위험 상품에 대한 배상 메뉴얼 구성 여념
우리 "오는 12일부터 첫 만기·손실분 도래"
협의 동의시 일주일 내 지급…이달 배상 가능성↑

NH농협은행(왼쪽), 우리은행 사옥 전경 [사진=각사 제공]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자율배상을 예고하면서 나머지 시중은행들의 자율배상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자율조정을 위한 사내 협의회도 아직 꾸려지지 않아 이달 중 투자자들과의 자율배상 협의가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오는 12일부터 첫 만기 도래와 함께 손실이 확정돼 자율배상 협의가 늦어지고 있을 뿐, 이달 중 배상금 지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별 홍콩 ELS 판매 잔액은 △KB국민은행 7조8458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하나은행 2조1782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우리은행 415억원 규모다. 이 중 판매액이 가장 높은 KB국민·신한·하나은행이 배상금 지급 완료 등 자율배상 논의에 속도를 내면서, 남은 시중은행들의 자율배상 현황에 시선이 쏠리는 분위기다. 

NH농협은행은 자율조정협의회가 구성단계에 있고 세부운영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타 은행의 경우 과거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 당시 재가입·고령 투자 등에 대한 손해액 지급 경험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NH농협은행은 해당 경험 등이 없어 관련 시스템 구성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 관련 배상 경험이 없어 고위험 상품에 대한 배상 매뉴얼을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율조정협의회 구성 역시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손실 사례들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되지만 고위험 상품에 대한 추가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이번 이슈를 계기로 관련 시스템 기반을 닦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NH농협은행 내부에선 이달 중 배상금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우리은행은 오는 12일 홍콩ELS 첫 만기분이 도래하고 손실 확정된 고객이 해당일부터 나타나기에, 만기일만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타사들의 경우 판매 규모가 커 지난해 말과 올해 1월부터 만기분이 도래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실이 확정된 후 투자자들 간 조정비율 협의가 이뤄지면 일주일 내로 배상금 지급 완료 방향의 내부 배상논의가 이뤄졌다"며 "12일부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 해당일부터 각 영업점이 투자자들과 개별 접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 모든 홍콩ELS 가입자에게 '손실이 발생하면 인근 영업점을 통해 협의하겠다'는 내용의 안내 문자를 송부한 상황"이라며 "이달 중 일부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금 지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지난달 29일 은행권 최초로 일부 투자자들에게 첫 배상금을 지급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 두 번째로 10여 명의 투자자에게 배상금 지급을 마쳤다. KB국민은행도 오는 15일 손실을 본 전 고객 대상으로 안내를 시작하고, 자율배상 절차에 돌입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