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vs 플랫폼 기업…리걸테크 대결 본격화

2024-04-08 14:57
세계 시장 연평균 34% 성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리걸테크(법률 정보기술) 경쟁이 본격화했다. 대형 법무법인(로펌)과 플랫폼 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 활용법을 내놓으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로펌과 법률 플랫폼 기업들이 잇따라 'AI 법률 비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AI 법률 비서는 법률문서를 분석하거나 정리하는 등 변호사 잡무를 해결해 주는 AI다. 변호사들이 송무·컨설팅 등 전문 분야에 더욱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
 
법무법인 세종은 의견서와 소장 같은 법률문서를 분류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지난 1월엔 '생성 AI 전담 조직'을 꾸렸다. 세종만의 독자 AI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로펌 업계 2·3위를 다투는 광장과 태평양은 AI 번역 기술을 도입했다. 법조계는 특정 단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문서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 AI를 사용해 문서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오는 10월 자체 AI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변호사가 특정 자료를 요청하면 AI가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관련 법 조항과 최신 판결 동향을 정리해 주는 서비스다. 율촌 관계자는 "개발 중인 AI 성능이 1·2년 차 변호사들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했다.

법률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지난달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함께 법률 특화 언어모델인 '솔라 리걸'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앤컴퍼니는 수년간 축적한 443만건의 판례 데이터를 활용해 로펌에 최적화한 법률AI를 만들 방침이다. 솔라 리걸은 오는 6월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인텔리콘연구소는 지난 2월 법률특화 소형언어모델(sLLM)인 '코알라1.0'를 개발했다. 

법률 자문을 도와주는 AI 챗봇도 나왔다. 언제 어디서나 소비자가 자신이 처한 법률 문제를 입력하면 AI 챗봇이 법 조항과 판례를 기반해 답변한다. 로앤굿이 지난달 6일 출시한 AI 챗봇 '로앤서치'는 판례부터 유권해석, 지침 등을 검색할 수 있는 AI 서비스다. 현재는 개인정보보호법·선거법·금융 규제 등 세 가지 분야만 제공하지만 상반기에 성범죄·이혼·교통사고·음주운전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네이버클라우드·넥서스AI와 함께 개발한 챗봇 'AI 대륙아주'를 지난달 20일 공개했다. 대륙아주는 앞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승소 가능성과 예상 형기 등도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리걸테크 시장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리걸테크 AI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10조7000억원에서 2027년에는 약 61조4218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34%에 달한다. 한 로펌 관계자는 "그간 국내 로펌들은 신기술 도입에 소극적이었지만, 리걸테크 산업이 커지면서 AI 적용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