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주택'으로 대박난 화순군, 이번엔 '춘란사업'

2024-04-07 13:31
농가소득 일자리 창출 효과 커...'난(蘭)산업 중심지' 목표
중국시장 수시로 찾아 선호도 재배동향 파악...업무협약도

 
구복규 화순군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최근 완공된 춘란실증포를 둘러보고 있다.[사진=화순군]


“우리나라는 해마다 8000억원 어치가 넘는 난(蘭)을 수입합니다. 대부분 중국과 일본, 대만산이죠. 우리가 이것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춘란(春蘭)을 재배해서 판매하면 농가에 이득이 되고 평생 일자리도 생깁니다. 화순의 기후조건은 춘란을 키우기에 딱 좋습니다.”

전남 화순군 구복규 군수가 춘란 사업을 설명하는데 자신감이 묻어 났다. 운동화 차림과 잘 어울린다. 그는 취임 후부터 하루 종일 운동화를 신고 일한다.
 
흔히 개업하거나 승진하게 되면 도자기 화분에 곱게 심은 ‘축하 난(蘭)’을 보낸다. 대한민국 사무실 어디를 가든 난 화분은 있다. 일반 가정에도 한 두 개 쯤 키운다. ‘국민화초’라고 할 만 하다. 사업성이 크다는 얘기다.
 
화순군은 청년들을 위한 ‘만원 임대주택’사업을 처음으로 벌여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 화순군이 이제는 춘란(春蘭)을 산업화하기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아이디어맨’ 구복규 군수 제안으로 지난해 2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구 군수는 “군민들이 난을 키우면 꾸준히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재배하기가 쉽고 수익성이 좋습니다.”

그는 취미 삼아 지난 40년 동안 난을 키우며 동호회 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난(蘭) 전문가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능주면 만수리에 건설된 춘란 실증포장을 수시로 찾아 업무 진행 상황을 살피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난(蘭)산업화 TF팀을 만들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순군은 춘란 내수 판매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에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물론 농가는 수익을 올리고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홍화소심의 아름다운 자태


춘란 교육장과 실증포 조성
 
화순군은 우선 군민들이 난 재배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재배기술을 익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화순에서 난을 키우는 농가는 30여 곳이다.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화순군이 춘란 재배기술 기초교육을 했다. 참가자가 100명을 넘어서 앞으로 재배 농가는 늘어날 것이다. 화순군은 앞으로도 이 교육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다음은 난(蘭) 보급. 화순군은 춘란을 대량 증식하려고 능주면 만수리 3900㎡에 대규모 춘란 시설하우스를 최근 준공했다. 전라남도 지원금 5억원에 화순군 자체 예산 5억원을 합쳐 10억원을 들여 완공한 것이다.

이곳에는 햇볕이 잘 드는 비닐하우스 형식으로 춘란 재배동과 분양동, 교육장을 조성했다. 재배동 300평에서는 춘란 6000본을 재배하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다. 올해 2억 7000만원을 들여 우량 종묘 1만 8000촉을 더 구입할 계획이다. 대부분 내수용 춘란 ‘태극선’과 수출용 ‘송옥’이다. 태극선은 꽃 모양이 탐스럽게 아름답고 송옥은 은은한 솔향이 나는 듯 해서 매력 만점이다. 분양동에는 화순군민이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춘란을 직접 재배할 수 있는 3평 크기의 34개 분양동을 설치했다. 또 교육장 2동에서는 우수 품종을 재배 교육을 수시로 진행하게 된다. 장차 읍면별로 3곳에 이같은 난실을 만들고 우수한 춘란 종묘를 구입해 재배할 계획이다.
 
춘란사업을 처음 제안한 구복규 군수[사진=화순군]


난(蘭) 대중화, 중국시장 견학
 
화순군은 6억5000만원을 난 재배 온실 13곳에 지원해 자동화 온실을 갖췄다. 지난 2월에는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화순 난 품평회’를 열고 전시회와 재배교육을 시행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같은 장소에서 ‘대한민국 난 명품 박람회’를 열었다. 이 박람회에 한국난문화협회와 난보존협회, 동양란협회 등 국내 민간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오는 10월 한국난보존협회와 힘을 모아 전국 최대규모로 ‘한국 난 전국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화순군은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난전시회를 모두 3차례 열었다. 앞으로도 난(蘭) 대중화를 이끌고 산업 트렌드를 선도해, 화순을 한국 난 산업중심지로 자리 잡게 할 방침이다.
 
화순군은 춘란 재배와 판매에 관한 노하우를 얻으려고 국내외를 두루 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합천군이 2019년부터 춘란 재배농가를 육성하고 시설비와 종묘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구 군수를 비롯한 화순군청 직원들은 합천으로 가서 난실 운영상황을 살피고 많은 것을 배웠다. 또 합천문화재단을 통하면 대량으로 난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한국 춘란 '중투'


화순군은 눈을 나라 밖으로 돌려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 난시장을 둘러보고 난 선호도와 재배 동향, 수출 가능성을 점검했다. 지난 1월에는 중국 하남성 동백현과 호북성 수현을 찾았다. 하남성 동백현과 업무협약을 맺고 두 지역이 서로 협력해 난 경쟁력을 키우고 소득을 늘리기로 다짐했다. 또 춘란 주요 생산지인 호북성 수현과 업무협약을 준비하고 있다. 구복규 군수는 난 관련 직원, 난산업 자문단과 함께 오는 11일부터 5일 동안 중국 복건성과 광동성 샨토우시를 방문할 예정이다. 현지 춘란협회장 등 난 전문가들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난원을 견학하기로 했다. 또 지방정부 측과 산업화 우수사례 산업교류 업무협약을 타진하고 시장조사를 하며 유통 상황을 살필 방침이다.

중국과 우리나라 난(蘭) 시장
 
중국의 난 시장에서는 점차 한국 춘란을 선호하는 분위기여서 앞으로 수출길을 넓힐 수 있다. 화순군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품종을 선택적으로 도입해 수출 품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난의 가치를 꽃 모양과 잎 무늬에서 찾지만 중국인들은 향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화순군은 내수용과 달리 수출용 난은 향기가 좋은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난 시장은 아직 미미하다. 지난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공판장에서 판매한 춘란 화분 한 개 값이 평균 190만원 정도였다. 또 화훼유통정보스시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화훼시장 매출액이 5600억 원 정도다. 이 가운데 난 시장 매출액은 360억 원으로 6%에 불과하다. 하지만 난(蘭)이 다른 작목에 비해 재배하기 쉽고 귀농자나 노인들이 재배하기에 적합하다. 또 수익성 등 부가가치가 크고 반려식물에 대한 인식이 점차 좋아져 장차 난산업의 대중화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