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빌라 기피 심각···제도적 보완책 통해 시장 신뢰 회복해야"

2024-04-04 18:50
투자·임차 수요만 있는 빌라시장
비아파트 가격 산정 정상화 필요
월세 전환·반전세 등 구조재편을

서울 주택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이후 아파트를 제외한 빌라(연립·다세대 등) 임대차 시장에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아파트 공시가 변동률은 상승했지만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빌라는 공시가격이 하락하며 전세보증 한도가 낮아져 역전세난 위험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빌라 기피 현상이 지속돼 '서민 주거사다리'가 무너질 수 있다며 합리적 가격 산정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 사이에 전세사기 여파로 침체돼 있는 빌라 시장이 공시가 하락 영향으로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시세와 괴리가 큰 공시가 기준으로 빌라 가격을 판단함으로 인해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보증금 미반환이 확산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깜깜이 시세'로 빌라 임차 수요자들로서는 불안감이 커지며 시장이 위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창엽 협회장은 "아파트가 KB부동산시세, 한국부동산원 시세 등을 준용하는 것처럼 빌라에 대한 합리적인 주택가격 산정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며 "다양한 비아파트 주택들에 대한 개별적 주택가격 산정을 위해 감정평가제도를 정상화하고, 현재 인정된 33개 평가기관을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세시장 구조로는 빌라 전세 불안이 사라지기 어려워 일정 수준 월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빌라시장이 실거주 매수수요 없이 투자수요와 임차수요만으로 유지되다 보니 매매값과 전셋값이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고, 그 결과 시장 침체기마다 역전세,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반복되는 게 문제"라며 "빌라 전세가율은 60~70% 수준으로는 유지되도록 하고, 준전세·반전세 위주로 시장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빌라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온 만큼 일시적으로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활성화를 도울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용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공급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당장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빌라를 짓는 중소 건설업체에 각종 금융 혜택을 주면서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전세 기피 현상이 지속되는 근본적 이유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아파트 전세시장은 회복하고 있지만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시장은 위축되고 있다"며 "전세계약 시 임대인의 세금 체납, 보유 주택 수, 선순위 권리, 전세가율을 모두 자동으로 검증해 문제를 발견하면 계약을 막을 수 있는 '전자자동계약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