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화재 트라우마 딛고 ESS 포트폴리오 강화

2024-04-05 07:41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스마트그리드엑스포 2024에 자리한 LG에너지솔루션 부스. [사진=김혜란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말 ESS 조직 강화에 이어 올해에는 관련 전시회인 '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엑스포 2024'에 출사표를 던지며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급성장하는 신재생에너지 수요에 ESS 시장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과거 발생한 ESS 화재로 움츠러들었던 국내 시장의 재진입을 위한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4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진행된 스마트그리드엑스포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부스에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양사 모두 이번이 첫 출전인 만큼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컸다. ESS 구축·운영사인 LS그룹 측은 양사의 최신 기술 동향에 관심을 보이며 관계자 설명을 경청하고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엑스포 참가는 회사의 첫 ESS 전용 공장이 착공한 시기와 맞물려 의미가 깊다. LG에너지솔루션의 첫 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인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첫 삽을 떴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공장에서는 회사가 독자 개발한 파우치형 LFP 배터리가 2026년부터 양산될 예정이다. 

이날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이 2026년에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삼성SDI 관계자는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위해서라도 ESS는 삼성 그룹 전체에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ESS는 쓰고 남은 전기를 저장해 전력이 추가로 필요할 때 흘려보내는 저장장치로 불규칙적이고 단속적으로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의 보완 역할을 한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낮에 많이 생산한 전기를 ESS에 저장해뒀다가 흐린 날에 전류를 공장 등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SDI는 삼성 배터리 박스(SBB)를 앞세우면서 비용 절감과 안전성 강화를 강조했다. SBB는 제품 내부에 배터리 셀과 모듈, 렉 등이 설치돼 있어 전력망에 연결하면 바로 사용 가능하다. 기존 제품은 각 부품을 따로 설치해야 해 인건비와 물류비가 추가로 들었다. 삼성SDI 부스를 찾은 한 외국계 바이어는 현장 관계자에게 수출 비용 등을 문의하기도 했다. 

SBB에는 직분사 시스템이 적용돼 안전성을 높이기도 했다. 직분사 시스템은 불이 난 부분에 소화액을 직접 분사하는 방식이다. 제품에서 발생한 화재가 확대되지 않도록 막는다.

양사의 이번 엑스포 참가는 K-배터리가 발목 잡힌 안전 리스크를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국내 ESS 생태계는 2017년 이후 불거진 연쇄 화재 사태로 위축됐다. 특히 발화 원인이 배터리셀에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공격적인 사업 전개보단 재발 방지에 힘을 주는 모습이었다. 그사이 양사는 기술 강화에 집중했고, 결과물을 이번 엑스포를 통해 선보이게 됐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조직을 강화하면서 ESS 사업에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ESS 조직 내 개발, 생산, 마케팅 인력을 대폭 늘렸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중대형전지사업부 산하 전담조직인 ESS 비즈니스팀을 신설했다. ESS 비즈니스팀은 기존에 흩어져 있던 ESS 조직들을 통합해 탄생했다.

양사의 경영 전망도 밝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ESS 사업 부문에서 2조원이 넘는 매출에 100억~2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2년 ESS 부문에서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ESS 매출을 5년 내 3배 이상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이어지면서 현지 ESS 시장 규모는 2019년 6억9200만 달러에서 2025년 82억6100만 달러까지 급성장이 예상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상반기 ESS 부문에서 영업익 68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영업익인 440억원 대비 55% 성장했다.
 
4일 스마트그리드엑스포 삼성SDI 부스에서 2026년 양산 예정인 LFP 배터리 모형이 전시돼 있다. [사진=김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