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계열사 주가 더 낮다" 불구…LG 총수 일가, 상속세 소송 패소
2024-04-04 11:26
구광모 회장 "세무서가 CNS 주가 너무 높게 책정"
세무서 "장외거래 가격 매일 공개돼" 논리 승소
전문가들 "다른 비상장사 상속세에도 영향"
세무서 "장외거래 가격 매일 공개돼" 논리 승소
전문가들 "다른 비상장사 상속세에도 영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계열사 지분 가치가 실제보다 더 낮다’는 논리를 펼치다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4일 구 회장이 모친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연수 씨와 함께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구 회장 측은 2018년 사망한 구본무 전 회장에게 상속받은 LG CNS 지분 1.12%의 가치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며 지난 2022년 소를 제기했다.
비상장회사 주식가치 평가는 매매사례가액에 기반한 평가, 유사 상장사의 주식가액을 이용한 평가, 보충적 평가 등으로 이뤄진다. 구 회장 측은 순자산·순손익가치의 가중치를 반영한 보충적 방식을 주장한 것이다.
반면 세무당국은 실제 매매 사례를 바탕으로 한 가액 평가방식을 썼다. 용산세무서 측은 “LG CNS 주가가 장외 거래되고 있고 매일 일간지에도 보도된 만큼 왜곡됐을 가능성이 작다”고 반박했다. 당시 세무당국은 소액주주 간 거래를 토대로 주식 가격을 1주당 2만9200원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특수관계 등 친분이 없는 거래 당사자들이 각자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비상장주식을 매매했다"며 "이런 거래가 시세를 조작하려는 의도로 이뤄졌다는 등의 사정은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이 승소하면 108억원 가량을 돌려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이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의 시도는 무산됐다.
구 전 회장의 유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원 규모다. LG 일가에 부과된 상속세는 9900억원이다.
구 회장은 구 전 회장의 지분 11.28% 중 8.76%를 물려받았다. 김 여사와 두 딸은 ㈜LG 주식 일부(구연경 대표 2.01%, 연수씨 0.51%)와 구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다.
이번 소송과 별개로 세 모녀는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상속회복청구 소송도 낸 상태다. 이때문에 과세당국이 부과한 상속세가 상속회복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세금 소송을 함께 진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상속전문 변호사는 "재계에서 상속, 증여 이후 세금을 놓고 세무당국과 소송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며 "상속반환 문제를 앞두고 이들에게 공동으로 부과된 세금이 높게 책정된 부분을 취소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구 회장이 승소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환급액인 108억원이 구 회장 일가가 납후해야 하는 상속세 총 9900억원에 비하면 1%대인 극히 적은 액수에 해당하는데, 그럼에도 소송을 낸 것은 LG의 다른 비상장 계열사 가치평가를 두고 벌어질 수 있는 법정 다툼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LG는 부동산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비상장사를 두고 있다.
또다른 상속전문 변호사는 "세금 부과나 지분 매각 시 기업인들이 비상장 주식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LG CNS는 비상장사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하고 있고 클라우드, 생성형 AI(인공지능)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LG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라며 "이러한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에 대한 세무당국과 입장차로 인한 리스크를 사전에 해결하기 위해 소송을 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