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4.3 맞아 제주 희생자 앞으로…尹‧韓은 불참

2024-04-03 15:40
한동훈 "불참 송구스러워...유가족 아픔 헤아리겠다"
이재명 "국민의힘 4·3사건 폄훼...학살의 후예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이 3일 오전 제주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지도부는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제히 제주에 집결했다. 이들은 희생자들을 기리고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불참으로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대표가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 이어 두 번째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재옥 원내대표와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이 참석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제주 대신 충북, 강원, 경기지역 지원 유세를 선택했다. 한 위원장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언론 메시지를 통해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함께해야 마땅하나, 제주에 있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직권 재심 청구 대상을 확대시킨 점을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정부는 4‧3에 대한 아픔에 공감하고 행동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정부와 달리 반대 목소리를 직접 설득해 관철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힘은 실천하는 마음으로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리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두 사람의 불참에 일제히 융단폭격을 날렸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추념식에 2년 연속 불참해 제주도민께 큰 실망과 상처를 안겼다"며 "희생자를 위로하고 유족의 상처를 보듬기를 거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랑 개혁신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4·3의 아픔을 마주하고 애도하는 최소한의 시도조차 회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수영 녹색정의당 선임대변인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유세현장에서 외친 '국민을 섬기겠다'는 약속이 진심이라면 추념식에 참석하는 게 마땅했다"고 지적했다.
 
김도현 진보당 부대변인은 "이유도 없이 추념식에 보이지 않는 대통령과 총선이 급하다지만 제주도민 전체의 아픔이 된 날을 저버리는 여당 대표의 무도한 모습에 참으로 분노스럽다"고 일갈했다.
 
정치전문가들은 특히 한 위원장의 행보를 놓고 "용산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권의 자중지란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윤 대통령과의 갈등이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 위원장은 강성 지지층에게 호소하는 메시지가 너무 많다"며 "중도층이나 부동층을 끌어오려는 것은 이제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총선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정치적 행보를 더 우선시하는 것 같다"며 "향후 대선을 바라보고 당심에 호소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이번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그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 아바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라고 혹평했다. 그는 "두 사람은 운명공동체기 때문에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그어 놓은 선 밖으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추념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 오영환 새로운미래 총괄상임선대위원장,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자리를 지켰다. 윤영덕·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도 함께했다.
 
이 대표는 추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여전히 4·3 사건을 폄훼하고 있다"며 "4·3 학살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정치 집단이 국민의힘"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조수연 국민의힘 대전 서갑, 태영호 국민의힘 서울 구로을 후보의 공천 취소를 주장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인식을 갖고 있다면 4·3사건을 폄훼하는 인사에 대해 불이익을 줘야 마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