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급변하는 미래…농업용수 관리 대전환을

2024-04-04 05:00

이광야 충남대 교수(한국농공학회 부회장) [사진=아주경제DB]
우리 농업은 많은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와 농업인구 감소 및 고령화 그리고 농촌 지역 소멸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020년 54일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2022년 대형 산불, 2023년 봄철 호남 지방 가뭄과 여름철 극한 호우 그리고 올해의 금사과까지 매년 새로운 기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살펴보면 1998년 440만명이었던 농가인구는 2022년 216만명으로 감소했고 2030년에는 166만여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65세 인구 비중은 1998년 전체 농가인구 중 19%에서 2022년에는 50%, 2030년에는 66%를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과 벼 재배 면적도 감소하는 등 영농 변화도 뚜렷하다.

농업·농촌 환경 변화는 농업생산기반정비 분야에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농업용 저수지가 벼 재배를 위한 농업용수 공급 목적에 한정되었다면 이제는 기후변화와 가뭄, 홍수 등 농업 재해에 대한 다각적인 대비와 밭작물과 시설재배에 필요한 4계절 용수, 농촌 지역 생활·공업용수와 환경용수까지 지원하도록 보다 다양한 기능이 요구되고 있다. 

농업용 저수지의 본래 기능에 더하여 새로운 기능과 목적이 추가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요소 투입이 필요하다. 한 예로 농업용 저수지는 본래 홍수 조절 기능이 없는 시설인데 추가로 이러한 기능을 부여하려면 사전에 물을 빼고 여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물을 빼게 되면 물을 공급하는 능력이 감소하게 되고, 물을 빼지 않으려면 대신 저수지 둑을 높여 저장 공간을 확대하거나 개수로(수면이 대기와 접하도록 개방된 수로)를 관수로(관으로 폐합된 수로)로 바꾸어 물 공급효율을 높여 나가야 한다.

정부의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에 따르면 농업용수는 개수로 방식 용수 공급 체계로 인하여 공급량 대비 사용량(벼 생육에 사용된 수량) 비율이 48%에 불과하여 효율적인 물 사용을 위해서는 관수로 전환 등 용수 공급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예전부터 농업용수는 '논에 물을 끌어서 댄다'는 표현을 했다. 내 논에 물을 대려면 수로에 물이 가득 차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영농기 가물 때 위 논과 아래 논 주인들 간 물 분쟁 이야기는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풍족하지 않은 수원으로 인해 항상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여 농수로의 여러 수문을 수시로 조작해야 가까스로 물을 공급할 수 있어 농민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피로감은 늘 큰 상황이었다. 

극한 가뭄과 호우가 빈번해지고 농업인구가 감소하며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저수지와 양수장을 확충하고 개수로에 물을 가득 채워 논에 물을 대는 기존 용수 공급 방식으로는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관수로와 팜폰드(중간저류시설), 자동물꼬 등 스마트 용수 공급 체계를 도입해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필요한 양만큼 물을 상시 공급받을 수 있다면 용수도 대폭 절약할 수 있고 4계절 물 공급이 가능하며 노동력도 적게 드는 편리한 물관리로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에도 대비할 수 있다. 

또한 절약된 물로 인해 저수지 둑을 높이지 않아도 홍수 조절을 위한 여유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하류 하천과 농촌 지역 홍수 위험도도 저감할 수 있다. 구호만으로는 기후변화와 인구 감소라는 농업 외부의 엄청난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는 없다. 급변하는 미래에 대비해 농업용수 관리에도 대전환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