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정 관계 재정립'으로 정권심판론 돌파하나

2024-04-01 01:00
한동훈 정치 잔류 공언..."이종섭·황상무 사의도 관철"
'당정 관계 재정립' 신호로 지지층 규합 시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9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에 유리한 판세가 점쳐지자, 국민의힘이 '당정 관계 재정립'을 강조하며 지지층 규합에 나섰다. 지지율 상승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대통령실과 일정 거리를 두고, 당정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했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면서 이른바 '정권심판론'을 우회 돌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오전 경기 성남 지원 유세에서 "이번 선거에서 저를 보고 뽑아봤자 어차피 나중에 쫓겨날 거라고 한다"며 "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총선 이후에도 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선거 이후 교체설에 선을 그으며 정치권 잔류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2일 선거 이후 유학설에 대해서도 "지금은 뭘 배울 때가 아니라 공적으로 봉사할 일만 남았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의 뒤를 잇는 '차기 정치 지도자'로서 향후 정책을 연속성있게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한 위원장이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직접 발표한 '5세 무상보육' 공약은 윤석열 정부의 '선별적 약자 복지'와는 다소 온도차를 보인다는 평가다. '4월 10일은 보육비 걱정 끝내는 날' 국민 공약에 따르면 2025년 5세부터 무상교육·보육을 실시하고, 4세 및 3세로 단계적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소득과 무관하게 해당 연령에 속하는 모든 가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그간 정부 정책 기조와 차별화를 강조하고, 정책 주도권을 당이 쥐고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초중반대에 머물고 있으며, 정권심판론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당과 정부를 분리시켜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중도층은 물론 돌아선 보수층 민심까지 돌리겠다는 계획이다.

한 위원장이 전날 오후 경기 평택시 지원유세에서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와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사의를 본인이 관철시켰다고 공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이미 당정 관계가 일정 부분 재정립됐으며, 총선 이후에는 자신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시그널인 셈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이 총선 사전투표일인 오는 5~6일을 앞두고 한 차례 더 의정갈등 등 현안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대통령실과 의료계는 '의대 정원 2000명'을 둘러싸고 강대강 대치 상태에 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개입해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다면 '중재자' 역할을 부각시킬 수 있다. 실제 한 위원장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의 면담이 있었던 지난 24일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요청을 받고 의료 현장 이탈 전공의에 대한 유연한 행정처분을 즉각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