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중국에 강력 경고 날린 '유화파' 옐런

2024-04-01 05:00
방중 앞둔 美 옐런 장관, "中 전기차, 태양광 과잉생산 질서 왜곡" 발언
전세계 전기차 60% 차지한 中...태양광 등에서도 中독주 우려에 '견제'
4월 방중도 '현지 미국업체 불만 청취'에 집중...中 수입대체에 '문제제기'
양국간 '소통' 강조하던 '유화파'에서 선회?...1년 전에도 '공정경쟁' 강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노크로스에 있는 태양전지 회사 수니바(Suniva)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중 양국이 무역 정책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산 저가 전기차에 강한 경고를 날렸다. 이달 방중 예정인 옐런 장관은 원래 중국과 '대화'를 강조해온 '유화파'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돌연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관련 중국 정부 보조금에 거친 발언을 쏟아낸 것은 미국 대선 등 다양한 셈법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옐런 장관은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조지아주에 위치한 태양광업체 수니바(Suniva)를 방문한 자리에서 태양광과 전기차 등 중국의 '녹색 에너지' 산업 보조금 관행을 강력 비판했다. 그는 "중국의 생산 과잉이 국제 가격과 생산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들과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제품들이 싼값에 유입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관련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옐런 장관은 중국 방문에서 전기차 보조금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 측을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 과잉은 미국 기업들과 근로자 및 글로벌 경제뿐만 아니라 중국이 이달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스스로 인정한 바와 같이 중국 경제의 생산성과 성장에도 리스크를 초래한다는 나의 믿음을 전달할 것"이라며 "중국 측 상대방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팔린 전기차 중 60%는 중국산일 정도로 청정 에너지 내 중국의 시장 장악력이 매우 큰 상태다. 태양광 패널 등 재생에너지 산업에서도 중국의 '독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28년까지 중국이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 중 8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더욱이 중국은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을 위해 기업들에 물량 공세로 수출에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심지어 친중 국가로 평가받는 브라질까지 세계 각국은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에 미국 측이 중국의 불공정 및 보조금 지급 등을 문제 삼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옐런 장관 행보가 '이색적'으로 느껴지는 건 그간 보였던 '유화적' 제스처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7월과 11월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재무장관) 등을 만나 양국 경제 채널 간 소통을 강화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옐런 장관은 양국 간 경제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을 모색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고, 미국 내 강경파와 달리 중국과 '건강한 경제적 관계' 회복을 주장해 오던 인물이었다. 따라서 작년 7월 중국 방문 시 경제·금융 분야에서 장관급 직접 소통을 지속하자는 의사를 밝히며 올해 중국을 재방문하기로 했었다. 

다만 당시 회담에서도 옐런 장관은 "건전한 경제 경쟁을 위해서는 규칙에 기반을 둔 공정한 경쟁의 장이 필요하다"며 중국의 비시장 정책과 관행을 지적했다. 또한 중국의 흑연 등 중요 광물 수출통제도 문제 삼기도 했다. 최근의 강경 입장은 중국의 청정에너지 관련 보조금이 이때 단서로 달았던 '규칙'에 어긋났다는 논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화파' 옐런의 최근 대중 강경 발언과 행보는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도 해석된다. 옐런이 지난주 방문한 태양광업체 수니바는 한때 중국 기업과 경쟁을 벌이다 문을 닫았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덕분에 회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표적 성과로 내세우는 IRA 등 이른바 '바이드노믹스' 치적 홍보와 블루칼라 유권자 지지 확보를 위해 '중국 때리기'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지난달 "중국의 정책은 우리 시장에 중국산 자동차를 넘쳐나게 해 우리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동시에 당초 추진했던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는 등 블루칼라 유권자 지지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미국 정치·외교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옐런 장관이 4월 중 미국 고위 관계자들과 함께 중국을 찾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은 현지 진출 미국 기업들의 '불만사항'을 듣는 데 집중될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옐런이 광저우에서 '소규모 타운홀 미팅'을 한 후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내 미국 기업 대표들과 만나 현재 직면한 보조금 역차별 문제 등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옐런 장관 방중을 앞두고 미·중 양국은 반도체 등을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중국이 인텔과 AMD 칩을 탑재한 컴퓨터를 정부 기관에서 퇴출시킨다고 발표하자 미국은 29일 대중 AI 반도체와 설비에 대한 제재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또한 26일 중국은 IRA에 따른 미국 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조항이 '차별적'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