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교육개혁] ④ 김동원 고려대 총장 "20대 넘어 모든 연령대로 대학 교육 대상 확대해야"
2024-04-01 06:00
"직업 전환·창업 관련 학위 개설…국내외 특허출원·기부문화 정착"
"내신 5등급 상대평가 변별력 약해…수능 자격고사·대학별 고사 필요"
"지방에 의사가 남아 있을지 의문…정부의 지방 유인책 제시가 숙제"
"내신 5등급 상대평가 변별력 약해…수능 자격고사·대학별 고사 필요"
"지방에 의사가 남아 있을지 의문…정부의 지방 유인책 제시가 숙제"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에 직면한 '대학 위기' 시대에서는 학령인구 중심 교육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 학교의 체질을 개선하고 재정 건전성을 제고함으로써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은 모든 대학이 마주한 위기"라며 "20대 학령인구만을 대상으로 한 종합대학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대학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선 "우수 외국인 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을 확대하고, 선진화된 모금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총장 취임 1주년을 맞았다. 학교 운영에 있어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슬로건으로 내건 '강한 고대'는 어떤 개념인가.
"제가 취임과 동시에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강한 고대'는 대학 리더십의 회복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전체에 큰 화두를 던지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대학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회가 대학에 관심을 두고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리더십을 회복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지식을 생산하고 사회에 헌신하는 대학으로 변모해야 할 것이다. 지난 1000여년간의 대학 역사를 되돌아보면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지식을 대학이 전달하고 만들어낼 때 대학은 번성해 왔다. 그러나 대학 스스로 아집에 빠져서 대학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학문을 위한 학문, 정권을 위한 학문, 종교를 위한 학문 등에 가려있을 때 대학은 스스로 무너졌다. 대학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미래 사회 공헌이라는 역할에 충실할 때 살아날 수 있다. 현실과 가깝고 새로운 혜안을 제시하며, 미래 사회에 공헌하는 대학 본래의 모습에 충실한 것이 대학과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는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여기에 가장 주력하고자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위기 상황에 놓이고 있는데, 무엇부터 바뀌어야 할까.
"장기간 등록금 동결,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등의 긴급상황들로 인해 교육 환경이 바뀌었고, 지식의 대중화 및 대형 에듀테크 기업들과의 경쟁까지 대학은 더 이상 지식을 독점하던 상아탑이 아니다. 모든 연령대로 교육 대상을 확대하고, 각 연령대가 필요로 하는 세대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단과대학별·학부별로 개발해 특히 고령화 사회 중장년층의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직업 전환 또는 창업에 유용한 학위 및 비학위 과정을 개설하고, 영세 기업 등을 대상으로 재능 기부 형식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기업 후원금을 받아 채용하는 '기금 교수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기부금 확충에서도 유산, 신탁 등 기존의 자산 기부 시스템을 새롭게 강화해 한국의 성숙한 기부 문화를 주도하는 길에 앞장서겠다. 기술 이전 활성화도 추구할 것이다. 고려대는 매년 1000여 건의 국내 특허와 400건 이상의 해외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교원 창업 기업이 자본 시장에서 상장되거나 M&A를 통해 기존 기업에 합병될 경우 커진 기업의 가치만큼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 이전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렇게 해서 확보된 수익을 다시 기술 사업화에 재투자함으로써 기술 혁신의 선순환 체제를 구축해 미래에 국내 대학이 가야 할 모델을 제시하겠다."
-대학 재정 여력이 바닥나고 있다. 재정난을 대비할 타개책이 있나.
"2023년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누적돼 온 대학의 재정 악화 속에서 공공요금 및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지출이 급증해 재정적으로 그 어느 시기보다 어려운 한 해였다. 지난 1년간 학교의 체질을 개선하고,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교우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모금 활동을 전개했다. 이 결과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의 기부금(약 1500억원의 기부 약정) 모금을 달성했다. 주요 기부자 및 잠재적 기부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선진화된 모금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정규 과정 및 교환 방문프로그램, 국제 동·하계 대학, 한국어센터 등에 우수 외국인 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을 확대하고, 이들에 대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외국인 학생 지원을 위한 예산을 추가 배정했다. 또한 기숙사, 미래교육원 등의 사업을 재편해 수익률 확대를 도모하고, 단과대학 차원에서는 공개강좌, 위탁교육 과정의 수를 증가시켜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전교 차원의 제로베이스 예산 제도를 도입해 관행이 아닌 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통해 적재적소에 예산을 배정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의 낭비를 제거했다."
-현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은? 현재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은.
"과거에는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을 뽑았다. 지식의 반감기는 7년밖에 안 된다. 현시대에선 평생 다른 지식을 배워야 하는 상황으로 학습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앞으로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AI 등 과거에는 듣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 해결 능력이나 창의성 등이 중요해지면서 덩달아 중요해진 게 리더십이다. 새롭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 능력, 학습 능력 등이 중요하고 리더십,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최근 대학에서 팀 프로젝트나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발표 수업이 많은데,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평가한다면. 입시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전반적으로 현행의 수능 체제보다 출제 범위나 반영 영역이 축소됐기 때문에 기존처럼 수능최저학력기준 요건을 유지할 수 있는지, 또한 수능 위주 전형인 정시를 지금과 같은 형태로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 고민되는 상황이다. 특히 고교 내신 체계를 9등급에서 5등급 상대평가로 바꾸는 방식은 변별력 약화라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한정된 정원을 선발하는 대학 입학에서 변별력 확보는 필요한 부분인데, 2028 대입 개편안 시행으로 변별력이 약화한다면 개별 대학의 선발 자율권 강화와 학생 선발 방식 변경이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본다면 수능의 자격고사화 및 대학의 자율권 강화로부터 시작되는 대학별 고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의과대학 증원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의대 증원에서 서울권은 빠졌는데, 아쉬운 점은 없는지.
"정부의 2000명 발표 후 학생들이 돌아올 명분이 약해져 사태가 장기화할 것 같다. 국민들이 가장 피해를 보기 때문에 정부와 의사가 대화를 빨리 재개하고 난국을 해소하는 방안이 모두에게 윈윈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의사를 길러낸다는 건 공군 조종사를 기르는 것처럼 많은 돈과 준비가 필요하다. 지방 의대에 (증원된) 의사를 육성할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지는 의문이다. 각 대학이 인프라 구축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현재 실질적 문제는 지방 의대가 없는 것보다 지방에 병원이 없고 환자가 없어서다. 환자들이 서울의 큰 병원으로 몰리기 때문에 지방에서 의사를 뽑는다고 해서 의사가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에서 유인책을 제시하는 게 큰 숙제인 것 같다. 고려대는 기존 의대 정원의 10%가량인 10명을 증원 신청했다. 다른 대학과는 달리 우리 대학은 의대 교수들이 숙고해 건의한 내용을 그대로 수용했다. 우리가 교육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되는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엘리트 의료인을 양성하는 게 목적이기에 양적으로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진 않다."
-의대 쏠림 현상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공계에 우수 학생을 진입시킬 방안은.
"교육부에서 제공한 '한국의 전공 계열별 취업자 초임 급여' 자료를 살펴보면 의약 계열이 약 328만원, 공학계열이 295만원, 자연 계열이 약 262만원으로, 의약 계열의 초임 급여가 가장 높으며, 이후 급여의 상승세도 타 계열 대비 가파르다. 대학 외부적으로는 기여하는 가치대로 보수가 제대로 책정됐는지를 살펴 더 많은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보수를 상향 책정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수요와 공급의 격차로 인해 높은 보수가 책정되는 만큼 수도권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해 의사 공급을 늘린다면 다른 계열과의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의대 내에서도 생명과 직결되는 전공에서 발생하는 인력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내부적으로는 학과·전공 간 탄력적인 정원 조정을 통해 의대 외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전공의 정원을 확대해 학생들이 선택하는 폭을 넓힐 수 있다. '무학과'나 '전과' 제도를 점진적으로 확대 및 고도화해 중도 탈락을 예방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첨단 분야와 관련해 산업체와 직접적인 계약을 통한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의 확대 또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할 방안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산업 수요와 학생 수요가 높은 학과에 다양한 장학금 혜택 등 지원을 확대해 해당 학과·전공으로의 진입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학령인구의 급감이라는 상황에서 사범대학도 위기에 맞았다. 교대·사범대 개혁 방안은.
"글로벌 교육 및 연구 강화를 통한 사범교육 차별화와 국경을 넘나드는 취업 문호 확대, 학령인구의 감소로 국내 초·중·고등학교의 교육 관련 직업(교사, 학원강사 등)이 많이 감소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교육에서 벗어나서 국제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됐다. 고려대는 선진적인 교육 방법 및 자원(VR, AR, AI 교육 등)을 중심으로 아시아권 외국인 학생을 더욱 적극적으로 유치해 국제적 다양성과 교류를 증진하는 상황이다. 고려대 사범대는 학습과학, AI 교육, 다양성 교육 등과 같은 융합 분야의 교원들을 임용했다. 혁신적인 융합 분야의 교육에 대한 시장이 더욱더 커지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교육학 분야의 선진적인 융복합 분야를 더욱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
-2024년 고려대의 비전 및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한다.
"세계 역사에 기여하고 사회 인류에게 공헌하는 대학이 되고 싶다. 고려대 인재 수준은 우리나라 1%이며 교수님들도 선진국 유명 교수진들로 이뤄져 최고 우수한 수준이다. 고려대가 세계대학평가에서 30위 안에 드는 게 목표다. 정부의 지원 정책과 교우들이 활발하게 도와주고, 스스로 발전하는 의지가 맞닥뜨리면 세계 30위권 대학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류에 맞닥뜨린 문제 자체가 너무 커졌기에 이를 같이 해결해 나가기 위해선 대학 간 네트워크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기후 변화, 식량 문제, 팬데믹 등 인류 위기 상황에서 해법이 되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 약력>
△1960년 1월생
△현(現) 고려대 제21대 총장
△고려대 경영학과 학사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교 노사관계학 박사
△뉴욕주립대 경영대학 교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ILO협회 상임이사
△중앙노동위원회·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
△고려대 경영대학원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