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규제 개혁의 성공 조건

2024-04-01 10:25
정근영 규제혁신추진단 전문위원

정근영 규제혁신추진단 전문위원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규제혁신을 강조하고 추진해 왔지만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국민이 공감하고 체감하는 규제혁신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또 중앙에서 규제혁신을 외치고 주진하고 있으나 이를 국민 입장에서, 현장에서 보면 과연 무슨 규제 개혁을 하고 있는지 체감을 못하고 막연하기만 하다. 
규제란 너무 크게 범위를 정해 덩어리 규제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작은 규제들을 묶어 덩어리 규제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를 쪼개서 세분화해서 봐야 한다.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국민생활과 관련이 있는 규제 조항을 합리화하거나 유연하게 하거나 아니면 폐지하거나 해야 한다.   
규제는 목적과 효과, 비용, 투명성, 책임성 등을 평가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원칙이 중시돼야 한다. 
규제는 합리화가 중요한데, 합리화란 어떤 규제는 너무 강하고 어떤 규제는 느슨해서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납득하고 그 당위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따라 혁신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대체로 환경, 안전, 교통 등은 대부분 규제로서 좀 더 완화하거나 강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때 규제의 목적과 효과성을 고려해 국민생활이 나아져야 하고 투자와 경제 활성화가 전제돼야 한다.
과거 정부마다 규제혁신을 추진했지만 성과가 미진한 이유는 공무원 수를 늘린 데도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공무원 수를 늘리면 규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유는 공무원은 무슨 일을 하든지 윗선에 보고해야 능력을 인정받는다. 따라서 공무원 수를 줄이지 않는 한 규제는 줄어들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규제를 줄이려면 과감하게 공무원 수도 줄여야 한다. 이때 과감해서는 안 될 점은 일은 안 줄이고 공무원 수만 줄이면 남아 있는 공무원은 늘어난 일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밤새워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드시 일도 없애야 한다. 규제혁신을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다. 
규제가 많을수록 공무원 수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이론으로 영국 행정학자 파킨슨이 주장한 '파킨슨 법칙'이 있다. 영국 해군에서 군무하던 파킨슨은 1914년부터 1928년까지 함정은 67%, 장병 수는 31.5% 감소했으나 해군 행정인력은 오히려 78%나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즉 해군 조직의 크기나 업무량이 줄어든 데 반해 행정인력은 매년 5.7%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하나는 부하배증의 법칙이다. 어떤 공무원은 업무량이 늘어날 때 업무 분석이나 재분배를 통해서 일을 하는 대신 대부분의 공무원은 신입 공무원의 보충을 통해서 업무 경감을 꾀하려는 심리적 특성이 존재한다. 
다른 하나는 업무배증의 법칙이다. 신입  공무원이 늘어나면 조직 내부의 업무(부하에게 지시, 통제, 업무보고 등)가 늘어나 업무량이 더 증가하게 된다. 
규제혁신은 민원 해소나 전산망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으로 규제혁신을 했다고 하기에는 미흡하고 실제 일선에서 접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합리적인 규제는 경제활동과 사회적 이익을 조화롭게 보호하고 균형을 이루기 위해 시행되는 방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첫째, 사회적 이익을 보호하고 개선해 공공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필요한 경우이다. 둘째, 비용과 효과를 고려해 설계해야 하며 서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식에서 찾아야 한다. 셋째, 시장의 실패나 부족한 자율조정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넷째, 투명한 가운데 이뤄져야 하며 규제 담당부서는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규제혁신이 이뤄져야 하며 규제혁신으로 추진된 시책은 반드시 끝까지 추적해 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질 때 우리 국민은 그 규제 개혁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