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 르포] '낙동강 벨트'서 흔들리는 與지지층…"잘하는 일꾼 뽑자"
2024-03-26 04:00
부산 북갑·사하갑을·사상 등 방문…野로 쏠린 서부산 민심
"누가 잘했는지 보고 뽑을 것…일 잘할 사람 고른다"
"누가 잘했는지 보고 뽑을 것…일 잘할 사람 고른다"
부산 구포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A씨(50대 중반)는 25일 '이번 총선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있느냐'는 아주경제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당을 보고 투표하는 게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는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낙동강 벨트'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보수 정당이 우위인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진보 진영 지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곳이지만, 4·10 총선을 약 보름 앞두고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특히 민주당계 국회의원을 다수 배출한 '서부산(북구 갑을·사하구 갑을·사상·강서)' 민심은 당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뽑아야 한다는 '일꾼론'이 힘을 받고 있었다.
"당이 무슨 소용…지나보니 의미 없어"
채소 가게를 운영 중인 B씨도 "의원 하다가 부산시장도 했다가 지역구까지 바꿔서 나온 사람(서병수)이 뭐가 예쁘냐"며 "전 의원은 (당선) 되나 안 되나 여기서 계속 눌러 앉아 살았다. 민주당인 건 미운데 미운 놈 떡 하나 더 줘야 되지 않겠냐"고 힘을 실었다.
전 의원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2시간 동안 부산 북구 만덕동 백양디이스트 아파트 앞 삼거리에서 지역민을 상대로 출근 인사를 올렸다. '우리 일꾼. 우리 전재수'라는 글씨가 적힌 커다란 피켓을 목에 건 그는 지나가는 주민들과 차량을 향해 "안녕하십니까", "잘 다녀오이소"라고 기운차게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조경태 요즘 잘 안 보여…민주당은 자주 보이더라"
조 의원은 "첫째도 겸손, 둘째도 겸손이다. 매 선거마다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 다하고 있다"며 "주민들께서 진심을 알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출근 인사를 마친 후 그는 오후부터 다대활어재래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만났다.
조 의원에 대해선 그의 당선을 점치면서도 최근 얼굴을 내비치지 않아 서운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장림골목시장에서 김밥 가게를 운영 중인 C씨는 "여기서 20년 장사를 했는데, 조 의원이 요즘 잘 안 온다"며 "(뽑아줄 거라고) 믿고 가는 거 같다. 근데 민주당 이재성이는 자주 보이더라"고 전했다.
야채가게를 운영 중인 D씨는 "내가 조 의원만 내리 5번을 찍었는데, 이제는 교체할 때가 된 거 같다"며 "지역적으로 큰 발전이 없었다. 이제는 이재성 민주당 후보를 뽑아볼까 한다"고 서운하다는 투로 말했다.
사하갑에서는 지역구 현역 최인호 민주당 의원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다소 많았다. 괴정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E씨는 "최 의원이 일을 많이 했다. 이 동네는 계단을 타고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에스컬레이터도 설치해줬다"며 "여기가 차량이 엄청 막히는데 제2 대티터널(사하구 괴정동과 서구 서대신동 연결)을 통과시켜서 지역 개발도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괴정골목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F씨는 "최 의원은 시장도 억수로(엄청) 많이 다닌다. 거리에서도 자주 보는데 '잘못된 게 있으면 고치겠다' 이렇게 말한다"며 "이쪽 시장이나 하단 시장에도 선거철 아닌 때에 많이 돌아 다닌다"고 거들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부산 사상구에서는 김대식 국민의힘 후보와 배재정 전 민주당 의원이 맞붙는다. 사상구에서 카센터를 운영 중인 G씨는 "장 의원이 여기서 오래한 것은 일을 잘해서 그렇다"며 "김 후보랑 장 의원은 별개다. 배 전 의원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계속 인사했던 게 떠오른다"면서 흔들리는 지역 민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