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北 '통일 흔적 지우기', 체제 경쟁 패배 자인한 것"

2024-03-21 18:37
"내부 이념 혼란 우려해 조용히 진행"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내나라' 홈페이지에서 '평화통일', '조국통일', '민족대단결', '북반부' 등 통일 관련 용어를 포함한 기사들이 삭제된 것으로 지난달 4일 확인됐다. 해당 용어를 검색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들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언급한 기사만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월 통일 정책 폐기를 선언한 이후 '조용히' 통일 흔적을 지워나가고 있다. 이에 통일부는 북한의 '통일 지우기'는 곧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자인과 같은 탓이라고 분석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와 만나 "북한이 통일 흔적 지우기를 내부적으로 홍보하거나 주민들을 교육한다는 그런 모습은 아직 알려지고 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전방위적으로 통일 흔적을 지우는 걸 통해 내부 주민들의 대남 동경과 기대심리를 원천 차단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는 사실상 스스로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완전히 패배했단 것을 자인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보기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북한은 통일 지우기를) 비교적 조용하게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양상"이라며 "급격하게 선대 업적을 지우는 정도의 이러한 통일 흔적 지우기가 내부적으로 이념 혼란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올해 들어 통일 관련 언급을 삼가며 관련 개념을 삭제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2월 7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에선 △북남 경제협력법 △금강산 국제관광 특구법과 그 시행규정 △북남경제협력관련합의서 폐기를 전원 일치 채택했다.

같은 달 14일엔 애국가 가사에 등장하는 '삼천리'를 '이 세상'으로 변경한 사실이 외무성 홈페이지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삼천리는 한반도 전체를 포괄하는 표현이다. 

이 밖에 평양 천리마선 승리역과 개선역 사이에 위치한 통일역은 '역'으로 표기가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