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팩트체크] 황상무 '회칼 발언' 논란...과연 누가 선을 넘었나

2024-03-19 16:18
4월 총선 앞두고 커지는 '자진 사퇴' 압박...대통령실 "언론 자유 존중"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1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이른바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커지는 모양새다. 황 수석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문제의 발언이 외부에 공개되고 재확산된 과정까지 적절했는지는 다소 의문부호가 붙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황 수석 경질'을 연일 요구하고 있다. 여권 역시 이제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4월 총선 표심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황 수석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점심, 과연 무슨 일이 발생했나

언론보도와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황 수석은 지난 14일 MBC 등 대통령실 출입 방송기자 5명과 점심을 함께 했다. 통상 이러한 자리는 편하고 속 깊은 대화를 위해 '전체 비보도'를 전제로 이뤄지며, 그 과정에서 다소 선을 넘는 발언들이 가끔 나온다.

특히 해당 관계자가 언론인 출신이며, 출입기자들이 '선배'로 부르면서 심리적 장벽을 허물 경우 말실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황 수석은 1991년 KBS에 입사해 2020년까지 기자와 앵커를 역임한 언론인 출신이다.
 
오찬 자리에서 황 수석은 자신의 군(정보사근무) 경험과 기자 생활 이야기를 했다. 그 과정에서 과거 권력이 언론을 겁박하기 위해 했던 여러 사례들이 나왔고, 문제의 발언이 포함됐다.
 
황 수석은 농담조로 "MBC는 잘 들어"라고 언급한 후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아파트 앞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며 이른바 '정보사 회칼 테러 사건'을 소개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이런 테러 사건도 있었고 김대중(DJ) 대통령 시절에는 언론사 전면 세무사찰로 조‧중‧동(조선‧중앙‧동아) 사주가 모두 구속되는 때도 있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대통령 발언을 왜곡하고 조롱하는 데도 세무조사도, 동향조사도 아무 것도 안 한다. 오히려 정부가 당하기만 하는 것 아니냐"며 "좀 살살해라"면서 '악의적인 보도 자제'를 부탁했다.
 
그러나 직후 황 수석은 자신의 발언이 다소 과했던 것을 인식해 취소하면서 "사적인 자리에서 나온 말인 만큼, 기사화나 정보보고는 하지 말아 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이를 다른 언론사 기자들은 수용했지만, MBC는 수용하지 않고 당일 저녁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황 수석, 대국민 사과 "언행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있게 처신"

MBC 보도 이후 논란이 커지자 황 수석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 언론인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앞으로는 공직자로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 있게 처신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실은 18일 별도 공지에서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언론인을 사찰하거나 국세청을 동원해 언론사 세무사찰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사나 시스템도 없다"며 "특히 대통령실은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수석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회칼 테러' 발언이 특정 언론사를 압박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윤 대통령이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황 수석을 경질하진 않을 것이라는 뜻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매체에서 '자진사퇴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사실과 다르다"고 즉각 부인했다.
 
"MBC, 文정부 때와 달라도 너무 달라"

황 수석의 발언에 대해 본인 스스로도 부적절했음을 인정했고, 여야 정치권과 진보 진영 역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해당 발언을 보도한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8일 MBC노동조합(제3노조)은 '문재인 정부 때와 너무 다른 황상무 수석 실언'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과거 MBC가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발생한 '기자 집단폭행 사건', 2020년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의 '기자 후레자식' 발언 등의 보도에 소극적이었던 것을 꼬집었다.
 
노조는 "MBC 뉴스데스크는 당일(14일) 리포트 1개, 15일 톱부터 리포트 3개, 16일 리포트 1개, 17일 리포트 1개를 쏟아부었다"며 "문재인 정부 때와 너무 달라 당황스럽다. 선거에 개입해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려는 보도로 느껴지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도 같은 날 성명서에서 "2008년 광우병 사태 때부터 2022선 대선, 지방선거, 그리고 현 정부 출범 후 발생한 크고 작은 숱한 논란들에서 이런 조작적 여론몰이 수법은 매번 반복됐다"며 "매번 그 당에 그 매체, 그 단체들이다. 이들의 의도는 뻔하다. 민주당의 선거 승리와 집권에 기여하겠다는 수작질"이라고 주장했다.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해임 촉구 언론현업단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