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초안 중간평가] 법인세 감면에 배당소득세 완화… '맹탕 정책' 비판에 당근 꺼낸 정부
2024-03-20 06:00
최상목 부총리 '자본시장 선진화 간담회'서 세제지원 방향 구체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국회 입법 절차 필요… 7월 전 시행 목표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국회 입법 절차 필요… 7월 전 시행 목표
정부가 '맹탕 밸류업'이라는 비판에 채찍뿐만 아니라 당근도 들고 나섰다. 주주환원을 한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주고, 주식을 들고 있는 주주에겐 배당소득세 부담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해왔지만,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인센티브를 구체화하며 환기에 나선 모습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본시장 선진화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갖고 "보다 많은 기업들이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에 참여토록 유도하기 위해 주주 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더 돌아갈 수 있도록 배당 확대 기업 주주에 대해 높은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덧붙였다.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분리과세가 도입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세율 45%)에 합산되지 않고 원천세율(14%, 지방세 포함 15.4%)로 저율과세된다. 모두 법 개정 사안으로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재부는 늦어도 7월 전까지 제도 정비를 마치고 개정 세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상속세 개편,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 수급 측면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과 같은 세제 혜택,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센티브 역시 표창, 모범납세자 선정에 그쳐 기업들에 주어지는 혜택이 거의 없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정부는 채찍도 들었다. 시장 퇴출 카드와 기관투자자를 통한 압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기준 미달 기업은 상장폐지'라는 강경 발언을 하면서 시장 퇴출을 시사했다. 상장폐지라는 채찍은 정부의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 도쿄거래소(JPX)에서도 도입하지 않은 초강경책이다.
7년 만에 이뤄진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도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할 회사를 고르는 것 보다 투자하지 않을 회사를 고르는 쪽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ESG기준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는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회사가 중장기적 가치 제고를 위해 전략을 세우고 이행하는지, 시장·주주와 충실히 소통하는지 점검하도록 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지 않는 상장사는 연기금의 투자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상장사들은 주주친화 분위기에 맞춰 배당 절차를 개선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일부 상장사들은 '선 배당, 후 투자'를 위해 정관을 변경했다.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배당 절차 개선 동참 기업 현황을 파악하고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당국에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분기·중간 배당은 현행 자본시장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어 '선 배당액, 후 배당일 확정'이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밸류업지원단에 참여하고 있는 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밸류업 전담조직을 구성해 지원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거래소는 경영지원본부 산하 '기업 밸류업 지원 태스크포스(TF)'를, 협회는 '자본시장 밸류업 지원 TF'를 꾸렸다. 금융당국과 함께 다양한 유인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행 높은 세 부담을 완화하면 자금의 추가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는 조치로 보인다"며 "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다양한 인센티브 안이 마련돼야 밸류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