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日 17년 만에 금리 인상...'엔고' 전망에 엔화예금 역대급 뭉칫돈
2024-03-20 05:00
마침내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마침표를 찍었다. 금리가 오른 건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이며, 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난 것도 2016년 2월 이후 8년 만이다.
BOJ 행보를 미리 예상한 발빠른 엔테크족의 투자에 지난달 엔화예금에는 역대급 자금이 몰렸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엔화예금은 전월보다 4억6000만 달러 늘어난 98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99억2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전체 외화예금 잔액(961억3000만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3%로 처음 10% 선을 넘었다.
한은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BOJ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엔화 가치) 강세 전환 기대 등으로 엔화예금이 증가했다"며 "달러화예금은 수출입 규모가 1월 1091억 달러에서 2월 1005억 달러로 감소하고 일부 기업이 해외 투자를 확대한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통상 엔화예금은 수출입 업체 대금 결제용으로 활용돼 왔다. 2022년만 해도 예금 규모는 50억 달러 안팎에 불과했다. 전체 외화예금 대비 비중도 대부분 5% 미만이었다.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까지 하락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A씨처럼 쌀 때 사서 비쌀 때 되팔려는 환차익 수요가 폭발하며 엔화예금이 각광을 받는 모습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12월 100엔당 912.7원에서 올해 1월 말 901.9원, 2월 말 885.8원 등을 기록했다.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에 BOJ가 3월 중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까지 더해져 엔화예금 가입이 늘었다고 한은 측은 분석했다.
엔테크족 예상대로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탈출이 엔화 강세로 이어진다면 엔화예금 가입자들은 환차익을 누릴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며 달러 강세가 약화하는 반면 엔화 가치는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 이달 원·엔 환율은 소폭 올라 890~900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다만 엔화값이 당장 큰 폭으로 오르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다. BOJ의 긴축 전환 강도와 속도, 한국은행과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허진욱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전통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는 서프라이즈를 선호하지 않는 BOJ 성향을 감안할 때 하반기 추가 인상은 9~10월 중 한 차례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피벗 이후에도 정상화 과정이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말까지 점진적인 엔화 강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