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AI 시대의 민주주의를 위한 제언

2024-03-20 05:00

하정우 네이버 AI연구센터장 [사진=외교부]
바야흐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시대이다.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떼놓고 대화가 진행되기 어려울 정도로 이 기술은 우리 일상과 일하는 방식에 빠르게 그리고 깊게 녹아들고 있고 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생성형 AI를 단순한 기술을 넘어 인터넷, 모바일, 심지어 불, 전기, 인쇄술 등에 비유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생성형 AI 기술 발전은 민주주의와도 깊이 연관된다. 생성형 AI가 이전 기술과 가장 다른 점은 AI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접근해서 일상과 업무의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상을 AI의 민주화라고 한다. 마치 인터넷이 정보 비대칭성을 줄임으로써 정보의 민주화를 이룬 것과 같이, AI의 민주화는 일반 사람들이 AI의 도움으로 자신의 생각을 보다 논리정연한 글과 양질의 이미지로 만들어 자신의 의견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떤 기술이든 순기능뿐 아니라 역기능도 함께 등장하기 마련이다. 기술로 인한 혁신이 커질수록 이로 인한 부작용도 커진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가짜 콘텐츠와 허위 정보 유포로 인해 선거 등 민주주의 제도가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생성형 AI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이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고 통제를 잃어버리는 상황도 가능한 위험 요소 중 하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AI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AI 거버넌스의 구체적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작년 11월 영국에서 ‘AI 안전성 정상회의’가 열렸으며 올해 5월에는 한국에서 ‘AI 글로벌 포럼’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은 다양한 글로벌 이해 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해 안전한 AI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는 AI의 안전하고 책임있는 활용을 보장하면서도 생성형 AI가 만들어 오는 생산성 혁신 등의 순기능도 보장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AI 관련 규제 정책을 설계할 때는 신중한 접근을 통해 혁신과 성장의 기회를 스스로 가로막아서는 안된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이며 그 연장에서 우리는 AI 주권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AI 주권은 새로운 AI 시대에 문화적, 지역적, 사회적 다양성을 강화하는 핵심 가치이다. 전 세계 정부, 기업 및 시민 단체가 AI를 두고 이기적이고 패권적 관행에 참여하기보다는 협력 파트너로서 힘을 합쳐야 한다.
 
새로운 AI 시대에 민주주의 발전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첫 번째로 정부는 모든 국민, 특히 청년 세대들이 효과적이고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계 각층을 대상으로 한 AI 리터러시(文解力) 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두 번째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공공 부문의 혁신이다. 생성형 AI는 공공 부문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며, 국민들의 공공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작년 우리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디플정) 위원회를 설립했다. 디플정 위원회는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생성형 AI 기업과 협력하여 한국의 초거대 AI를 활용한 70여 개의 시범 공공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우리나라의 생성형 AI의 성공적인 공공부문 적용과 이로부터 얻은 교훈은 미래 공공 서비스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고 AI 시대 글로벌 공공 서비스의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AI 리터러시 강화와 생성 AI를 활용한 공공 분야 혁신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AI 시대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