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싸움에 골병 드는 공공기관...농어촌公, 순익 35% 물어낼 판
2024-03-18 05:00
알리오 공시 31곳 집계, 소송전 증가세
농어촌公, 공사대금 미지급 등 548억원
부산항만·근로복지·가스안전公 등 상위
기재부 "충당금 늘면 경평 때 문제될듯"
농어촌公, 공사대금 미지급 등 548억원
부산항만·근로복지·가스안전公 등 상위
기재부 "충당금 늘면 경평 때 문제될듯"
장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공공기관들이 공사대금·임금 미지급 등으로 법정 다툼까지 벌이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피소 건수와 소송가액도 증가세라 경영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농어촌공사의 경우 패소를 예상해 쌓아 놓은 충당금만 순이익의 3분의 1 이상이라 재정 건전성 악화까지 우려된다.
17일 아주경제신문이 공공기관 경영공시 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31개 공공기관의 소송 현황을 집계한 결과 피고 신분으로 진행 중인 소송 건수는 270건, 소송가액은 2342억원으로 확인됐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관리하는 시설이 많다 보니 소송 건도 다양하다"며 "종결된 건은 없는데 신규 건이 늘어나 (전체 소송 건수가) 전기 말 대비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다툼 확대는 경영 부담으로 직결된다. 농어촌공사는 전체 소송가액 중 77억5987만원을 충당부채로 설정한 상태다. 충당부채는 손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미리 적립해 놓은 자금이다. 지난 2022년 결산 기준 농어촌공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06억3700만원과 222억800만원이었다. 순익의 35% 정도가 패소에 따른 배상금 등으로 지출된다는 얘기다.
소송가액과 건수가 계속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농어촌공사의 경우 2022년 말 기준 8건에 소송가액 333억1800만원이었는데 1년 새 소송가액이 200억원 이상 불어났고 건수도 3건 증가했다. 가스안전공사도 2021년 105억원(11건)에서 2022년 237억원(12건), 지난해 252억원(10건) 등으로 증가세다.
이에 따라 충당부채와 우발채무(일정 조건 시 의무가 발생하는 채무)도 늘 수밖에 없어 재정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지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건은 결과를 예단해 경영평가에 반영하기 어렵다"면서도 "재무제표에 우발채무 충당금이 많이 잡히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당금을 포함한 부채 규모는 경영평가 대상이라 부채가 많아지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