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낙천 '우수수'…눈 가리고 아웅하는 민주당

2024-03-15 05:00

박찬제 정치사회부 기자 [사진=아주경제]
우리 속담 중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무슨 일이 있거나 벌어지는지 다 알고 있는데도 얕은 수단으로 상대를 속이려 한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이 이와 같다. 

민주당은 최근 공천 파동에 휩싸였다. 이른바 '비명(비이재명)횡사 친명(친이재명)횡재' 공천 논란이다. 쉽게 말해 이재명 대표와 친한 인사들은 공천받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컷오프(공천 배제)됐다는 말이다.

당은 공천 파동이 확산하자 정계에서 은퇴한 이해찬 전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까지 모셔 와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앉히며 수습에 나섰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2일 당 선대위 출범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새로운 분열적 요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분열을 일으킬 비명계가 없으니 분열적 요소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단적인 예시가 지난 13일 민주당 9∼10차 경선이다. 비명계 전해철 의원은 경기 안산갑 경선에서 친명계 원외 인사인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에게 패배해 낙천했다. 

또 인천 서구병에서는 비명계 현역 신동근 의원이 '친명' 모경종 전 이재명 대표 비서실 차장에게 졌고, 서울 노원갑 경선에선 '친명' 우원식(노원을) 의원이 '비명' 고용진(노원갑) 의원을 이겼다. 경기 부천병에서는 김상희 의원이 이재명 대표 특별보좌역인 이건태 예비후보에게 패배했다. 

그 이전엔 박용진·김한정·윤영찬·김영주·박광온·설훈·홍영표·송갑석·박영순 등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하위 10%나 20% 통보를 받았다. 민주당은 하위 20% 의원에겐 경선에서 20% 감산, 하위 10% 의원에겐 30% 감산이라는 페널티를 준다. 이에 이들 의원 대부분이 경선에서 탈락하거나 민주당을 떠났다. 

민주당 공천 작업은 막바지이지만, 경선 결과에 납득하지 못한 이들이 재심 신청을 하고 있다. 4·10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공천 잡음이 이어져서 좋을 게 없다. 그런데 아직까지 선대위는 공천 갈등을 해결할 어떤 행보도 보이지 않고 있다.

선대위는 지역구를 돌아다니는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당내 갈등을 잠재울 실질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보다 확실한 통합 행보를 보여야 한다.

공천에서 탈락했다고 외면해선 안 된다. 단순한 말 한마디로 대신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왜 친명 인사가 올라가고 비명 인사는 탈락했는지에 대한 납득 가능한 설명으로 공천 파동을 잠재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