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쏟아지는 총선 부동산 공약] 기존 사업도 표류 중인데..."사업성, 재원마련이 걸림돌"
2024-03-18 18:09
민간투자 내세운 철도지하화... 업계선 "공사과정 까다로워 사업성 글쎄"
'총선 단골 공약' 위례신사선·서부선 경전철도 진척 없이 표류 중
'총선 단골 공약' 위례신사선·서부선 경전철도 진척 없이 표류 중
“4년 전 총선 때도 이곳뿐 아니라 서부선이 지나는 노선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조기 착공’ 공약을 내걸었는데 아직까지 첫 삽도 못 뜨고 있어요. 2023년 착공 계획은 이미 물 건너 갔고, 총선 출마자들의 착공 약속이 또다시 ‘공수표’에 그치지 않을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예요.”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거주하는 정모씨는 총선을 앞두고 착잡하기만 하다. 지난번 총선 때도 서부선과 강북횡단선 등 지역 내 현안인 경전철 착공에 속도를 내겠다는 정치인들의 구호만 넘쳐났을 뿐, 4년이 흐르도록 구체화된 것은 아무 것도 없이 또다시 ‘도돌이표 총선 공약’을 듣고 있어서다.
4·10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교통 관련 정책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잇달아 쏟아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철도 지하화, 전철 노선 연장사업 등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마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막대한 민간 재원이 필요한 사업들이 제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GTX 1기 노선 연장과 2기 GTX인 D‧E‧F노선 신설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메가톤급 정책공약이지만 재원 마련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정부는 민간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밑그림이지만, 사업성을 따져봐야 하는 문제여서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야 모두가 이번 총선에서 1호 공약으로 내건 ‘철도·도로 지하화’ 사업도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60조원, 더불어민주당은 80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모두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법 없이 민간투자 유치만 앞세우고 있다.
위례신사선(위례신도시~강남 신사), 서부선(새절역~서울대입구역) 착공 역시 노선이 지나는 지역구의 후보들이 앞다퉈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서울시와 시공사 간 사업비 규모에 대한 이견이 커 장기간 표류 중인 상황이다. 위례신사선은 지난 2020년 GS건설 컨소시엄을, 서부선은 2021년 두산건설 컨소시엄을 민간투자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들 노선의 실시협약 안건은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 안건으로 상정된 이후 다시 오르지 못했다. 실시협약 체결을 마쳐야 실시설계 완료, 착공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진전이 없는 셈이다. 이 밖에 대장홍대선(부천 대장지구~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역시 당초 목표한 착공시점은 작년이었으나 기재부 민투심에 실시협약 안건이 오른 건 2022년이 마지막이다.
서울시 도시교통실 담당자는 "민간사업자와 총 사업비 규모를 협의 중으로 언제 마무리될지는 지금으로선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1기 신도시를 둘러싸고 쏟아지는 '재건축 추진 가속화' 공약도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최근 노후도시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1기 신도시는 용적률이 높아 사업성이 낮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남아있어 실제 재건축이 활성화되기까지는 넘을 문턱이 많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과거에도 총선 공약들은 선거 이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지하화 공약은 2008년 총선 때 처음 나온 이후 선거철만 되면 단골로 등장했으나 아직도 실현되지 못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선거공약으로 1가구 1주택 ‘종부세 인하’ 등을 내세웠으나 정부 집권 후반 종부세 과세기준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되는 데 그쳤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총선 때 나온 교통 개선책이 다 실현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민자 유치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현실성이 낮고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며 “철도 지하화 사업도 민자 유치로 추진하려면 땅값이 비싸고 이용도가 높아 사업성 좋은 지역 위주로 집중해야 한다.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고 여러 사업계획에 대한 선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