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신상필벌' 강화한 인사 시스템 개편…계열사 인사 여부 촉각

2024-03-12 14:47
KPI 기준 마련 계획…이르면 다음 달부터 적용
정용진, 회장 취임 후 '메스'…대대적 변화 예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수시 인사 시스템을 적용한다.
 
정용진 회장 승진 이후 처음 성과를 보이는 내부 시스템 개혁으로, 전반적인 그룹 경영 위기 돌파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이르면 내달부터 임원진 수시 인사를 단행한다. KPI는 성과 측정의 정성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정량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조직 또는 개인의 성과를 계량화을 말한다.
 
연말 정기 인사 등 정해진 체계의 틀을 벗어나 기대 실적에 못 미치거나 경영상 오류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라도 수시로 교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한 제도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면서 산하에 ‘KTF(K태스크포스)’와 ‘PTF(P태스크포스)’ 등 두 개 전담팀을 신설한 바 있다.
 
K태스크포스는 구성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KPI 수립을 목표로 했고, PTF는 이를 토대로 기존의 인사 제도를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임무를 맡았다.
 
정 회장은 세부 개편안을 수시로 보고받고 큰 틀의 방향을 주문하는 등 제도 개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가 직면한 실적 위기를 타개하려면 경영 전략에 앞서 체계적인 성과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성과를 불문하고 모두 혜택을 똑같이 나누는 현재와 같은 시스템보다는 신상필벌을 강화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신세계 성과보상제의 기본 틀은 등급제다. 예를 들어 이마트가 A등급을 받으면 개인 성과와 관계없이 직급별로 똑같은 성과급을 받는 방식이다. 임원 연봉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20%로 다른 그룹(평균 약 50%)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해 경영전략실 개편 이후 두 번째 가진 전략회의에서 “철저하게 성과에 기반한 인사·보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주력사인 한채양 이마트 대표도 본업 경쟁력 강화의 대전제 아래 공격적인 출점 재개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국내외 이커머스의 공습 속에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그룹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며 “신세계그룹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인사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