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화된 김동관의 '친환경 해운사'...긍적전 전망 속 재무부담 우려도

2024-03-11 18:34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올해 초 야심차게 발표한 ‘100% 무탄소 암모니아 추진선’ 사업의 윤곽이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이 해운사 설립 작업에 본격 돌입하고, 그룹 차원에서 친환경 선박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이 선박 건조에 직접 나서 친환경 해운산업을 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적자 경영을 이어온 한화오션의 천문학적인 개발비와 해운사 설립 비용 등 추가적인 재무부담은 풀어야할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11일 특허청 등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7일 선박 운송 및 임대업을 목표로 ‘한화해운’ 상표를 신규 등록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중에는 해운사 출범을 끝내고, 친환경 가스운반선을 주력으로 하는 탱크·벌크선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은 지난 1월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선박을 시연하고자 한다”며 자체 해운사 설립 계획을 내놨다. 이번 해운사 설립 작업은 그룹이 추진하는 친환경 선박 사업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서는 김 부회장이 다보스포럼에서 “해양 탈탄소 솔루션으로 100% 친환경 연료만 사용하고 전기 추진도 가능한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오션의 해운사 설립에 대해 해운업계에서는 현재 시황으로는 다소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주요국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무력충돌 등 지정학적 위험요소가 확대됨에 따라 에너지 공급망 재편 작업에 나섰다. 이에 따라 올해 초 탱크선 주문이 쇄도하고 있으며, 새로운 가스전, 석유개발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되는 중이다. 지난달까지 발주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19척으로 지난해 글로벌 총 발주량인 18척을 이미 넘어섰다.
 
석유 및 가스 운반선은 자원개발 프로젝트와 연계해 전용선으로 발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세계적인 자원개발 열풍은 한화그룹의 벌크·탱크선 사업 시작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룹의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부문 부진, 한화오션의 적자경영 등으로 인해 해운사 설립이 자칫 한화그룹 전체의 재무건전성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운사 설립 주체인 한화오션은 지난해 한화그룹에 인수된 후 2조원대 유상증자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965억원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은 223.4%다. 지난해 수주 목표 달성률은 57.3%에 불과하다.
 
HD현대의 경우 중소형 선박 엔진 초기 개발비에만 400억원을 투입했는데, 암모니아 추진엔진 등 친환경 선박 개발에는 최소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올해 중 친환경 선박 개발을 마무리한다고 해도, 이를 건조하기까지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기준 17만4000㎥급 LNG운반선 가격은 2억6500만 달러(3475억원)에 육박한다. 친환경 가스 운반선의 가격은 이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선박이 정상적으로 운용되면서 글로벌 선사들로부터 발주를 받기까지는 최소 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해운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올해 초 급격히 늘어난 탱크·벌크선 발주로 인해 공급과잉에 따른 선가 하락까지 전망되고 있어 한화그룹의 해운사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히려 이 기간의 투자가 한화오션의 친환경 선박 수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룹에 막대한 부채를 안겨 줄 가능성이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해운사라는 차별화된 국적 선사의 등장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해운업은 금융업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돈이 투입되고 이 과정에서 여러 선박금융이 발생한다. 한화그룹이 자칫 무리한 투자로 그룹 재무건정성에 악영향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화오션 서울사무소.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