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1급 인사 하세월…국·과장도 줄줄이 대기

2024-03-11 16:00
총선 앞두고 금융위 고위급 인사, 금융 공공기관장 인사 지연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 고위급 인사가 총선과 맞물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급 인사가 2개월 이상 지연되며 국·과장급 인사까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형국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이 지난 1월 사무처장으로 임명된 이후 상임위원 자리는 2개월째 공석이다. 빈 상임위원 역할은 사실상 권 처장이 맡고 있다.

사무처장은 금융위 각종 정책과 주요 업무계획을 종합하고 조정하는 1급 고위공무원 핵심 보직인데 권 처장이 두 자리를 겸하면서 주요 현안 처리가 지연될 우려가 크다.

신임 상임위원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도 바뀔 수 있다. 현재 복수의 국장급을 대상으로 인사 검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선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급 인사는 금융위원장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인데 총선에 모든 관심이 쏠리면서 당국 인사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급 인사가 국장급, 과장급의 승진과 그에 따른 연쇄인사를 수반하는 만큼 2급 이하 인사도 적체됐다.

금융위 대변인 자리는 이동훈 대변인이 외부 교육 파견을 나가면서 김진홍 금융소비자국장이 겸임하고 있다. 대변인은 2급 자리인데 3급 부이사관의 승진이 미뤄지며 차기 대변인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대변인이라고 부를 수 없는' 상황에 몰린 탓이다.

김동환 기획조정관이 지난 1월 구조개선정책관으로 임명되며 현재 기획조정관 자리도 비어있는 상태다. 빈 자리가 순차적으로 채워져야 소폭의 국장급 이동과 이에 따른 과장급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

인사가 전반적으로 지연되면서 금융위가 당면한 굵직한 현안 대응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무진 입장에서는 조만간 보직이 바뀔 가능성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자 임기가 만료된 산하기관장도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HF) 사장 임기는 2월 만료됐지만 차기 사장 공모와 관련한 구체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임기도 1월 끝났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윤창호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이달 말, 서태종 금융연수원장은 4월 임기가 끝난다.

이들 산하기관장 자리는 보통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실국장급 혹은 정치권에서 내려오는 만큼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뚜렷한 윤곽을 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는 정기인사 없이 그때그때 빈 자리를 메꾸는 수시인사 방식"이라면서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정치인이 산하 기관장으로 가는 경우가 왕왕 있어 후속인사까지 마무리 지으려면 4월은 훌쩍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