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니로 HEV 늦어진 리콜...美에선 작년부터, 韓은 3월에나

2024-03-07 18:00
국토부 최초 보고한 지 8개월 만에 '리콜'
서비스 자재 준비 후 3월 중 시
전문가들, '한국판 ODI' 필요성 강조

기아가 니로 하이브리드(HEV) 화재 발생 8개월만에 국내에서 리콜 날짜를 특정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실시했지만,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최근에서야 리콜 날짜를 정했기 때문이다.

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당국에 리콜을 3월 중으로 실시하겠다고 보고했다. 지난 8월 국토부에 최초 보고를 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화재 관련 리콜 건은 지난해 8월 16일 최초 보고가 들어왔다"라며 "이후 3월 중에 리콜 시기를 특정하겠다는 연락이 최근 왔다"고 전했다.

해당모델은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처음 화재가 발생했고, 미국 도로교통국에는 8월에 통보됐다. 화재 원인은 외부에서 유입된 유체가 유압식 엔진 클러치 액추에이터(HCA) 내부의 인쇄 회로 기판(PCB)을 오염시키는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HCA는 엔진-모터 구동 모드 전환 시, 엔진의 동력 전달 제어 장치다. 이 같은 오염은 단락을 발생시키고, 경우에 따라 엔진룸 화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콜 대상은 구체적으로 2017~2022년형 니로 하이브리드와 2018~2022년형 니로 PHEV, 총 12만1411대다.

기아는 한국 당국에도 8월 16일 화재 사실과 원인을 전했으나 서비스자재로 준비로 인해 리콜 시행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니로 하이브리드 모델 국내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항의가 있었음에도 미국의 리콜 날짜가 정해지는 날까지 리콜 정책을 확정하지 않은 셈이다.

이를 두고 일부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네이버 카페 '기아 니로 공식동호회'를 살펴보면, 카페 회원은 지난달 공지를 통해 "이번 리콜 사유로 인해 톨게이트를 앞두고 차가 퍼져서 큰일날 뻔했다"며 "변속기가 다 타버렸다. 언제까지 소비자들이 이러한 위험성을 가지고 차를 타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밑의 댓글에는 해당글에 공감하는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이에 기아 관계자는 시정조치 방법이 정해지지 않아 생각보다 리콜 시기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기아 관계자는 "시정조치 방법은 결정했으나, 서비스자재준비등으로 인해 리콜시기가 늦어졌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시행될 수 있도록 자재 준비 중에 있으며, 조만간 시행일이 결정되는 대로 차량 소유자들에게 안내드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례는 니로가 처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5년 미국 내에서 세타2 엔진을 탑재한 소나타, 스포티지, 그랜저 등의 엔진 화재 문제로 인해 2015년 3월 현지 리콜을 했으나 한국에서는 "국내제품은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2017년 9월에나 리콜을 한 바 있다. 1년 6개월 정도 늦어진 리콜로 인해 국내에서는 세트2엔진 화재 사건이 다수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내 결합조사국(ODI)과 같은 기능을 가진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산하에 자동차 생산부터 결함 및 시정감독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자동차청'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자동차 결함의 경우 자동차관리법 외에도 소비자 불만 및 환경영향 평가가 수반되다 보니,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맞물릴 수밖에 없다. 결국 자동차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이런 리콜 지연 사태를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청과 같은 자동차 컨트롤타워가 생겨야 한다. 현재처럼 중구난방으로 자동차 결함문제를 여러 부처가 나눠 처리해서는 더 명확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며 "계속 이런 식이면 사고가 터져 난 뒤 리콜하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