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 시대, '전세폭탄' 온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후 4년 만료...올여름 '전셋값 폭등' 뇌관 터지나

2024-03-05 18:09
입주물량 감소와 전셋값 상승 흐름에 전세 신규계약 겹쳐 전셋값 상승 기폭제 될 듯

오는 7월 계약갱신청구권 4년 만기를 앞두고 전셋값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4주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을 사용한 전세계약 만기가 도래하면서 하반기에 전셋값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대인이 신규 전세계약 시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올리게 되면 전셋값이 크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 41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 부족으로 전세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과 맞물려 올해 하반기 전셋값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2+2’를 적용한 전세계약 만기가 8월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할 예정이다. 

임대차 2법은 세입자의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하기 위해 전임 정부 시절인 2020년 7월 31일에 시행됐다. 이를 통해 신규 전세계약을 체결한 임차인들은 임대차 기간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재계약 시 임대료 상승 폭을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로 보호를 받게 됐다.

그러나 임대차 2법은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로 인해 결과적으로 전셋값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당시 신규 계약을 하는 집주인들이 재계약 때 보증금을 제대로 인상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 시세보다 훨씬 높게 전세를 놓으면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7월 4억6458만1000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2022년 1월 역대 최고가인 6억3424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1년 반 동안 36.5%나 뛴 셈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0년 7월 말 법 시행과 함께 기존 계약에도 갱신계약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소급 적용됐으나 온전히 ‘2+2’가 적용된 전세계약이 만료되면서 전셋값을 상승시키는 기폭제가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동안 전셋값을 5% 이상 올리지 못한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을 통해 한꺼번에 보증금을 높일 수 있게 되면서 전세 시장이 출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고 다시 재계약을 앞둔 이들은 전셋값을 상당히 올려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 2020년 8월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59㎡를 7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한 뒤 2년 뒤인 2022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5%만 올려 8억2900만원에 갱신 계약했다. 올해 8월 재계약 시점엔 지금 시세대로라면 적어도 1억원 이상을 올려줘야 한다. 

송파구 리센츠 전용면적 84㎡도 2021년 8월 전세 신규 계약이 최고 14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갱신권을 사용해 인상률이 5% 이내로 제한된 전세는 당시 이보다 4억~5억원 이상 저렴한 최고 9억원 선에서 계약이 이뤄졌다. 최근 체결된 이 아파트 전셋값은 11억∼13억원 선에 형성돼 있다.

최근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세입자로선 부담이 더욱 커지는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22일부터 41주 연속 상승해 평균 4.35%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역시 지난 1월 기준으로 5억3469만원을 기록하면서 8개월 연속 올랐다.

문제는 아파트 전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3만1729가구로 지난해(36만5953가구) 대비 9%가량 줄어든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 3만2879가구에서 올해 1만1107가구로 2만가구 넘게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세 시장 수급 불균형 문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임대차 계약이 순차적으로 만료되면 전셋값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전세 수요 증가, 입주 물량 감소 등 올해 전셋값 상승이 예고된 상황에서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시점이 다가온다는 것은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진다는 의미"라며 "임대인들은 앞으로 4년간 또 임대료를 올리지 못할 것에 대비해 신규 계약을 맺으면서 전세금을 크게 올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