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리스크에 'K-산업' 초긴장...기업별 복잡해지는 셈법

2024-03-05 05:00
커지는 통상리스크, 숨가쁜 K-기업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의 대중(對中)견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 11월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K-기업들의 통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대미(對美) 투자를 대폭 늘려온 국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업계는 미 대선 정국에 따른 정치지형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은 '新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 속에서도 방법론 측면에서는 미묘한 온도차를 보인다. 대선 결과에 따라 글로벌 슈퍼파워 미국의 본질이 달라지는 만큼 한국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철저한 전략적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5일 예정된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이 주목할 점은 '동맹 리더십'으로 대표되는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산업정책에 따른 통상 리스크다. 발빠른 미국 산업계는 이미 업종별로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 성향을 달리 드러내며 정치색을 노골화하고 있다.
 
미국 의회 로비정보 사이트 클러크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애플 등 빅5 전자업계가 지난해 민주당에 지원한 로비금액은 360만3419달러로 같은기간 공화당 로비금액(102만6756달러)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온건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반도체지원법(칩스법), 환경규제강화 등 기존 정책을 계승해 리스크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이미 인프라 투자나 히트펌프 등 친환경 기술투자를 통해 현지 시장 장악력을 높여온 만큼 '바이든 2.0 시대'가 안정적이라는 반응이다.
 
반면, 미국 자동차 업계는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이 기간 제너럴모터스, 포드, 도요타, 전미자동차딜러협회 등의 민주당 로비총액은 86만1706달러로 공화당 로비총액(144만3887달러)의 절반 정도다. 현지 자동차 업계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친환경차 세제혜택 실익은 크지 않은 반면 '반덤핑 관세'로 대표되는 트럼트 전 대통령의 통상정책이 한국, 중국 등 수입차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2.0시대에 대한 국내 자동차, 배터리 업계 입장은 엇갈린다. IRA 혜택을 얻기 위해 현대, 기아차,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대미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온 기업들은 트럼프 리스크에 대응하는 한편, 대중견제 강화 정책에 따른 반사이익 마련에도 분주하다. 때문에 기업들은 대미 로비액을 확대하는 한편 외교가에서 활약한 친바이든·친트럼프 인물을 글로벌 전략통으로 전진배치하고, 해외 대관조직을 격상해 미국 정치권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트럼프는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으로 미국 자동차 가격이 폭등하고 일자리가 상실되는 한편, IRA로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반면 바이든은 기존 논란을 최소화 하며 정책 변동성을 줄여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힘의 구도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따라 관련 정책에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특히 경제·안보를 위해 에너지, 기술, 통신, 천연자원, 의료 등 미국 핵심 인프라를 중국이 소유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게 양측의 공통된 입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여기서 파생된 경제 외교 정책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