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트렌드] MWC서도 빛난 韓 스타트업…글로벌 시장 공략 '무기'는

2024-03-05 06:00

지난달 26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에서 코트라 등의 주도로 선보인 통합한국관의 모습. [사진=코트라]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통신·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활발한 참가로도 주목받았다. 한국 기업 165개가 MWC에 참여했으며 이 중 대다수가 스타트업이었다. 특히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KOTRA) 주도로 꾸려진 통합한국관에는 총 118개 스타트업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23년 대비 50% 이상 참여 기업이 늘어난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MWC에 참가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행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가 북미 시장의 교두보라면 MWC는 유럽에서 열리고 현지 IT 기업의 참여가 많은 만큼 유럽 시장 공략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MWC 박람회 특성상 관람객 중 실제 업계 관계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에 유의미한 비즈니스 논의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효돌 '글로모상' 수상···세계에서 주목받은 K-스타트업

올해 국내 스타트업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달성한 곳은 인공지능(AI) 돌봄로봇 기업인 '효돌'이다. 효돌은 MWC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수여하는 '글로벌 모바일(글로모) 어워드 2024'에서 수상했다. 글로모 어워드는 모바일·디지털·디바이스·착한 기술·정부 리더십 등 총 6개 분야에서 30개 기업을 선정해 시상하며 IT업계에서는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효돌이 수상한 분야는 '커넥티드 건강·웰빙을 위한 최우수 모바일 혁신 분야'다.

효돌에 따르면 로봇에 챗GPT가 탑재돼 단순 의사 소통, 건강관리 등은 물론 노인들과 정서적 교감도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노인들의 우울증 감소에도 탁월한 효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지자체 사업 등과 연계해 노인복지 일환으로 효돌 로봇을 공급했다. 현재 약 160개 지자체에서 노인 1만명이 효돌 로봇을 사용 중이다. 미국과 네덜란드에서도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MWC 참가를 시작으로 로봇의 해외 판매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효돌 관계자는 "기존 기업·정부 간 거래(B2G)에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로 확대하려는 부분도 있다"며 "다양한 교감이 가능한 AI 인형을 미국이나 유럽 등에 본격 선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에서 AI 돌봄로봇 '효돌'을 선보인 국내 스타트업 효돌의 부스. [사진=윤선훈 기자]
자율주행 레이더 센서 업체인 비트센싱은 4년 뒤 MWC 본 전시에 등장할 만한 가능성을 보인 기업에 수여하는 '4YFN 어워즈(Awards)' 최종 5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최종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5개 기업에 포함된 유일한 비유럽 스타트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2018년 설립된 비트센싱은 이미징 레이더를 개발하는 업체로, 현재 자율주행차 센서로 주로 쓰이고 있는 라이다(LiDAR)보다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비용은 더 저렴하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재까지 누적 29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2025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비트센싱은 이번 MWC에서 '웰니스(치유)', 특히 슬립(수면) 테크놀로지에 초점을 맞췄다. 레이더를 통해 수면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이를 탑재한 칩셋을 다양한 기기에 장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미 비트센싱은 수면케어 솔루션 'AI 웰니스 레이더'를 통해 레이더를 자율주행차 이외의 다른 용도로 확장하고 있다. 실제 4YFN 어워즈 주최 측에서도 레이더의 다양한 확장 가능성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비트센싱 관계자는 "레이더를 자율주행이나 자동차뿐 아니라 다양한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며 "파트너사에서는 용도에 맞게 레이더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에 꾸려진 국내 스타트업 '비트센싱'의 부스.  [사진=윤선훈 기자]
스타트업도 AI 융합 솔루션으로 승부수

이들 외에도 여러 스타트업들이 자사의 다양한 기술·서비스를 들고 MWC를 찾았다. 특히 상당수 기업의 서비스에 AI가 접목됐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번 MWC의 핵심 화두였던 AI 열풍이 스타트업 전시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가우디오랩은 AI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소음을 제거해 주는 '저스트 보이스(Just Voice)', 이미지 입력에 대응되는 효과음을 AI가 자동 생성하는 '폴리(FALL-E)', 원곡을 노래방 음원으로 실시간으로 바꿔주는 '가우디오 씽(Gaudio Sing)' 등을 MWC에서 시연했다. 이 중 가장 전면에 내세운 솔루션은 '저스트 보이스 라이트'다. 클릭 몇 번만으로 불필요한 잡음을 제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이미 CE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했고, 이달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종합예술 축제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혁신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실제 현장에서 시연해 보니 전시장 특유의 울리는 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에 꾸려진 국내 스타트업 가우디오랩의 부스.  [윤선훈 기자]
가우디오랩은 이달 초 출시한 저스트 보이스로 바로바로 소음을 없애고 목소리를 강화해 화상회의 편의성을 높였다. 난청 등으로 대사를 잘 듣기 어려운 이용자의 영상 콘텐츠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맥북에서 실행 가능하며, 상반기 중 모바일 버전으로도 출시할 예정이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웨일'에도 상반기 중 적용할 예정이다. 가우디오랩 관계자는 "이미 멜론·플로·벅스 등 국내 주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 가우디오랩 솔루션이 들어가 있다"며 "MWC를 통해 유럽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래블업은 AI 앱 통합 플랫폼인 '젠(Gen)AI 데스크톱'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용자가 AI를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올해 MWC에선 주력 플랫폼인 '백엔드(Backend).AI'를 활용한 챗봇 솔루션인 '토카티봇(Talkativot)'을 전시관에서 시연했다. 백엔드.AI는 AI 연산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가상화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많은 숫자의 GPU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GPU를 최적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한다. 래블업은 여기에 설치된 자동화 플랫폼인 '패스트트랙'을 통해 초거대언어모델(LLM)을 원하는 형태로 최적화(파인튜닝)하는 챗봇 솔루션을 선보였다.
 
래블업의 신정규 대표(왼쪽)와 AMAX의 보어 싸오 수석 부사장(오른쪽)이 MWC 2024 현장에서 협약식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래블업]
래블업은 이번 MWC에서 델·아맥스 등 글로벌 기업들과 연이어 업무협약을 맺었다. 델과는 지난 1월 델 자체 인증인 '통신장비 인증' 취득을 완료하고, 이와 관련한 후속 계약을 논의했다. 글로벌 고성능컴퓨팅(HPC) 솔루션 기업인 아맥스와는 아맥스가 전 세계 연구소·데이터센터에 제공하는 GPU 통합 솔루션에 백엔드.AI를 결합하기로 했다. 교세라, 스페인 가상과학연구소 등과도 만나 래블업의 AI 플랫폼 도입을 논의했다. 래블업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저희가 앞서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해외에 우리 기술을 좀 더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3차원(3D) 소프트웨어 기업인 엔닷라이트는 현재 개발 중인 신규 3D 모델링 도구인 '리볼브(revolve)'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엔닷라이트는 그간 3D 디자인 소프트웨어인 '엔닷캐드'로 관련 시장을 공략해 왔는데 지난해부터는 리볼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리볼브는 실시간으로 공동 작업이 가능한 웹 기반 3D 디자인 도구다. 모델링뿐 아니라 실시간 렌더링 기능까지 활용 가능한 플랫폼이다. 지난해 독일 IFA, 올해 1월 미국 CES에 이어 이번에 MWC에도 참여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볼브 역시 엔닷캐드와 마찬가지로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도 웹페이지를 통해 간단하게 3D 모델링 관련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3D 캐드 프로그램이 비싼 가격과 무거운 프로그램 등으로 개인이 쓰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용 장벽을 낮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3D 작업 자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공유하기' 기능을 넣어 카카오톡 등으로 손쉽게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다. 생성 AI도 적용했다. 3D 모델링을 꾸며줄 수 있는 배경 등에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단계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엔닷라이트 관계자는 "오는 4월 클로즈베타테스트(CBT)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CBT 기간 동안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스타트업들이 많이 참석한 MWC 내 '4YFN관'의 모습. [사진=윤선훈 기자]
크라우드웍스 역시 AI를 중심으로 내세웠다. AI 테크 기업인 크라우드웍스는 이번 전시회에서 LLM 개발·튜닝에 필요한 고품질의 데이터와 자율주행, 의료 AI 개발을 위한 전문 데이터 구축 역량을 중점적으로 선보였다. AI 윤리와 안전성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레드티밍(Red Teaming)'을 포함한 LLM 검증 서비스도 공개했다. 

크라우드웍스는 국내에서는 이미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와 협업하는 등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했다. 본격적인 해외 시장 보폭 확대를 위해 올해 MWC에 참여했다. 유럽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국내외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논의가 확대되고 있는 통신 특화 LLM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크라우드웍스 관계자는 "MWC 기간 글로벌 이통사 관계자들이 부스를 직접 찾아 LLM 관련 문의를 많이 했다"며 "LLM 구축에 필요한 사전 트레이닝 등 부문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바이포는 자체 개발한 딥러닝 AI 기반 화질 고도화 솔루션 '픽셀'을 전시했다. 픽셀은 확장현실(XR)·가상현실(VR) 등 특수 디스플레이에 특화된 화질 고도화 기술을 갖췄다. 모바일 환경에서 최고의 전송 효율을 낼 수 있는 비트레이트(초당 데이터 전송량) 저감 기술 등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저품질인 영상 화질을 고품질로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CES에 이어 MWC에 참여해 전방위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화질이 좋아짐에도 전체 영상 용량은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관심을 끌었다. 이에 따라 축구 등 스포츠 영상이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고화질로 바꾸고자 하는 바이어들이 많은 상담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포바이포 관계자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고화질 콘텐츠는 제작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며 "포바이포 기술을 활용하면 저화질로 제작해도 완성본을 업스케일링(화질 개선)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