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바 수교 후 北매체서 '쿠바' 소식 사라져

2024-02-25 16:08
1992년 한·중 수교만큼 '큰 충격' 받았을 것 진단
"기시다 방문할 수도"…日관계 개선 집중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화성지구 1만가구 살림집(주택) 3단계 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검은색 마이바흐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쿠바가 공식 수교한 후 북한 매체에서 쿠바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형제국'으로 여겨온 쿠바가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과 손을 맞잡은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거리 두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5일 외교당국 등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쿠바가 등장한 것은 쿠바와 한국이 수교를 맺은 다음 날인 지난 15일이 마지막이다. 노동신문은 당시 6면에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한 이스라엘을 비난했다는 소식을 짤막하게 보도한 이후 이날까지 쿠바 소식을 싣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도 지난 6일을 끝으로 쿠바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82번째 생일(2월 16일·광명성절)을 맞아 26개국 재외공관과 유엔 대표부에서 경축 행사가 열리고, 각계 인사의 축하 방문이 잇달았다는 지난 23∼24일 보도에는 쿠바가 빠져 있다.

지난해에는 김 위원장 생일을 앞두고 여러 나라에서 경축 행사가 진행됐다고 보도할 때 쿠바를 제일 먼저 거론했고, 행사에 참석한 단체와 발언까지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 북한은 한·쿠바 수교 관련 동향을 사전에 전혀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쿠바가 이를 북한에 사전에 통보해 줬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 관영 선전 매체들이 쿠바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1992년 한·중 수교 때만큼이나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란 진단까지 나온다. 

앞으로 북한은 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비롯해 정상회담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5일 담화에서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수상(기시다)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한·쿠바 수교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1700억원대 차량을 선물받은 김 위원장은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더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아우루스'를 선물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이 차량은 무게 7t에 6㎝ 방탄유리와 장갑을 갖추고 있고, 대당 1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 협력, 무기 거래 등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르면 오는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방북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