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민주당 공천 잡음...지도부도 공천 결정 전격 비판

2024-02-23 21:32
홍익표 원내대표, 서울 은평을 경선 '부적절' 지적
하위 10% 분류 현역 의원 잇달아 비판 수위 높여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공천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잡음'이 커지는 가운데, 당 지도부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홍 원내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진행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관위의 서울 은평을 경선 결정을 비판했다. 은평을은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전 은평구청장)이 '비이재명계'인 현역 강병원 의원과 맞붙는 지역이다.

홍 원내대표는 강원도당위원장직 사표 수리도 되지 않은 김 위원장이 서울 경선에 출마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또 이달 초 민주당 당내 경선 자동응답(ARS) 투표 여론조사기관으로 추가 선정된 한 업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될 업체는 제외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회의에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공당이 이렇게 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계속해서 문제제기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천 심사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되거나 현역 의원 평가 하위로 통보받은 의원들의 공개 비판도 계속됐다.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 지역으로 선정돼 사실상 컷오프된 노웅래 의원(4선·마포갑)은 이틀째 국회 본청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전략지역구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단식 농성을 했다.

노 의원은 농성 중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공천 농단, 당권 농단 직권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헌 당규에도 없는 방식으로 나를 컷오프시켰다"며 "본인이 판사인가"라고 이재명 대표를 겨냥했다.

이 대표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의원 평가와 관련해 "동료 의원 평가에서 거의 0점을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 짐작할 수 있는 분일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한 데 대한 비명계 의원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대표적 비명계인 설훈 의원(5선·경기 부천을)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하위 10%로 통보받았다며 조만간 탈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설 의원은 "이 대표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를 하위 10%에 밀어넣었다. 이것이 '비명횡사'이며 '사천'(私薦)"이라며 "이 대표는 '0점을 받은 의원도 있다'고 낄낄대며 동료 의원을 폄하하고 이를 즐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역시 하위 10%로 통보받은 김한정 의원(재선·경기 남양주을)은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 "이 대표가 좀 더 완벽한, 더 강한 방탄 정당에 대한 옵세션(집착)이 있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일부 지역에서 현역 의원을 배제한 채 진행 주체를 알 수 없는 예비후보 여론조사가 이뤄진 것을 두고도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김성환 의원(재선·서울 노원병)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특히 현역 의원 지역 여론조사는 굉장히 예민할 수 있으니 사전에 알려주거나 사후에라도 취지를 설명해줘야 하는데 그런 대목에서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