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후폭풍] "다른 병원 가라, 예약도 불가" 아픈 환자 어떻게?

2024-02-22 18:00
사흘만에 환자 피해 사례 총 149건
정부, 군병원 이용과 비대면 진료 허용까지 '비상진료체계' 운영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하며 정부가 군병원 12곳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했다. 사진은 의료진이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민간인 환자를 돌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우리 병원은 진료 어려우세요. 예약도 안 돼요. 다른 병원 알아보세요.”

병원에서 들은 짧은 세 마디가 환자와 보호자의 가슴을 털썩 주저앉게 한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가 대거 병원을 이탈하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 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환자 피해 사례는 전날 오후 6시 기준 57건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술 지연이 44건, 진료거절이 6건, 진료예약 취소가 5건, 입원 지연이 2건이다. 기존에 접수된 92건과 합치면 환자 피해 사례는 사흘 만에 총 149건에 달했다.

일찌감치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는 수술을 50%가량 축소하고 응급과 중증 수술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역시 수술의 30~40%가량을 줄였다. 일부 대형병원 응급실에는 ‘심정지·급성 심근경색 등 일부 환자를 제외하곤 진료가 어렵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는 등 그야말로 ‘의료 대란’이 본격화한 것이다.

벌써부터 의료 현장에서는 2~3주밖에 못 버틴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복지부 역시 초기에는 진료·수술 일정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상급종합병원 입원 환자의 절반이 지역 종합병원이나 병원급에서도 진료할 수 있는 환자여서 분산 배치만 잘 이뤄지면 장기전도 가능하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우선 당장 진료나 치료가 필요한 위급 상황에 대비해 국군병원 12곳의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했다. 실제로 일반 병원에서 진료를 거절당한 환자가 군병원을 찾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또 복지부는 전국 응급의료기관 409곳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신속한 이송과 전원을 지원키로 했다. 소방청과 협의해 꼭 필요한 중증·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대형병원으로, 경증·비응급 환자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인근 병·의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올해 5월까지 단계적으로 개소 예정이던 광역 응급상황실 4곳을 조기에 가동한다. 아울러 지방의료원,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 등 공공보건의료기관 97곳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도 실시한다. 

피해신고·지원센터를 통해서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의 의료이용 불편 해소를 돕고 피해자 소송 등 법률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번 없이 129번으로 연락하면 된다. 

의사들의 집단행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엔 병원급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초진과 재진 환자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