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연의 B스토리] "999번 실패해도 괜찮아"...'상위 1%의 가전' 다이슨의 성공 스토리
2024-02-20 12:00
'상위 1%의 가전'으로 불리는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모두 영국의 가전기업 다이슨(Dyson)이 만들었다는 점이다. 다이슨은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이 1993년 설립한 가전기업으로 업계에서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다이슨=혁신'의 공식이 성립된 건 독특한 창업 스토리와 초기의 창업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직원들의 공이다.날개 없는 선풍기, 독특한 모양의 헤어드라이어, 오브제 같은 공기청정기...
다이슨 창립 모토는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기술'이다.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가 필요 없는 백리스 타입 진공청소기 개발을 시작으로 기존 가전의 틀을 깨는 독특한 스타일의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1번의 성공을 위해 999번의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도전 정신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 역시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하기 위해 약 5년간 5127번 실패를 거듭했다.
일상 속 평범한 청소기, 선풍기, 헤어드라이어, 공기청정기 등이 다이슨을 거치면 작품이 된다. '소비자가 왕'인 시대에 AS질이 낮아도, 가격이 수십배 비싸도, 대기자가 많아도 다이슨 제품을 받기 위해 기꺼이 인고하는 소비자들. 제임스 다이슨은 성공의 비결로 '실패의 정신'을 꼽는다. 실패의 경험이 혁신의 원동력이라는 다이슨의 브랜드 스토리를 살펴본다.
◆헤어기기 개발하려고 약 10년간 인류 모발만 공부...타임지 '2023년 최고의 발명품' 선정
다이슨 창업자는 런던의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산업 디자이너다. 졸업 후 엔지니어링 회사에 취직해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진공청소기가 오래 사용할수록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발견하게 됐다. 그는 청소기가 빨아들인 먼지가 다시 먼지봉투 표면을 막으면서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후 먼지와 공기를 제대로 분리할 수 있는 새로운 진공청소기 개발에 몰두했다.다이슨 브랜드 철학은 '남들이 지나치는 문제에 천착하라. 실패하고 또 실패하라'다. 전 세계에 포진한 6000여명의 다이슨 엔지니어들은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연구하고 또 연구한다.
실제 다이슨이 최근 출시한 '에어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너'는 미국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뽑은 '2023년 최고의 발명품(THE BEST INVENTIONS OF 2023)'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타임은 매년 소비자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제품과 아이디어를 '올해의 최고 발명품'으로 선정해 발표한다. 다이슨 에어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너는 젖은 모발에 바람으로 건조와 스트레이트가 동시에 가능한 다이슨 최초의 스트레이트 헤어기기다.
다이슨은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약 10년간 전 세계 다양한 인종의 모발 과학과 헤어스타일링에 대해 연구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뷰티 부문에 대한 연구 및 기술 개발 확대를 위해 5억 파운드(약 800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오는 2026년까지 총 20개의 새로운 뷰티 신제품을 론칭할 계획"이라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의 모발 유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뷰티 기술의 다변화를 지원할 새로운 연구 공간을 개설하겠다"고 말했다.
◆일상 속 혁신...'제2, 제3의 다이슨' 지원하는 다이슨 재단
다이슨 창업자는 후배 엔지니어 양성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2002년 자선단체인 '제임스 다이슨 재단'을 설립해 젊은 엔지니어 양성을 시작한 뒤 2004년부터는 매년 자신의 이름을 건 국제 공모전을 통해 젊은 발명가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지난해에도 한국을 포함한 30개국에서 열렸다.지난해 열린 국제전에서는 1970건의 출품작 가운데 한국팀의 아이디어가 우승작으로 선정됐다. 홍익대학교 디자인엔지니어링 융합 전공을 수강하는 재학생들이 출품한 아이디어로, 재난 현장에서 환자 이송 시 수액팩을 들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에 주목해 개발한 응급용 무동력 수액 주입 장치 '골든 캡슐'이다.
기존 수액팩은 중력의 원리로 높이 차를 확보해 수액을 주입하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지형이 고르지 않고 험난한 재난 현장에서 사용하기 불편하다. 그러나 골든 캡슐은 탄성력과 기압차를 이용한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수액 주입을 위해 높이 차를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의료진들의 불편함을 덜었고, 주입 속도를 제어하기 위한 전기 장치도 필요하지 않다.
다이슨의 창업자이자 수석 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은 "우승작은 일상 속 문제들을 간과하지 않고 주목하며,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해 솔루션까지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학생들의 열정이자 다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