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강훈 사장 "KIND는 건설의 손흥민···국내 건설사 해외진출 함께 뛴다"

2024-02-21 18:13

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본사에서 KIND가 맡고 있는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경기장 밖에서 도와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 안에서 뛰는 역할을 맡는 것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입니다. 국내 기업들과 같이 투자를 하고 거기에 대한 리스크도 같이 분담하는 그런 역할을 하는 기관은 우리나라에서 KIND 밖에 없습니다."

이강훈 사장은 KIND의 역할을 '손흥민'과 유사하다고 정의했다. 해외 건설·인프라 시장이라는 경기장 밖에서는 한국무역보험공사나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트라(KOTRA) 등 큰 역할을 하는 기관·단체가 적지 않다. 하지만 주체적으로 해외 건설·인프라 사업에 직접 투자해 국내 기업의 재무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은 KIND 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설사 해외 진출, 중동붐 시절과 달라야···민관협력 해외투자개발사업 필요

과거 건설사는 해외 사업에서 큰 성과를 냈다. 1970~80년대 중동붐으로 벌어들인 오일머니는 한국 경제의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됐다. 당시 진로를 고민하던 이강훈 사장이 해외 관련 일자리에 취직하고 싶다는 소망에 토목공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정한 것도 중동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졸업 후 이 사장은 한국도로공사에 취업해 해외 관련 업무에서 성과를 쌓아왔다. 2005년 한국도로공사 초대 해외사업팀장을, 2012년 해외사업처장을 맡았다. 2019년 한국도로공사의 해외·국내민자·북한 사업 등을 총괄하는 부사장 겸 혁신성장본부장을 역임했다.

이 사장이 해외 건설·인프라 전문가로 성장하는 동안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이전처럼 낮은 공사비를 무기로 해외시장에서 설계·조달·시공(EPC) 수주 경쟁을 하기에 한계가 뚜렷해졌다. 우리나라보다 가격 경쟁력이 더욱 훌륭한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의 추격을 당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국가별 건설기업 역량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시공경쟁력에서 10위로 중국(1위)과 튀르키예(9위)에 밀리고 있고, 설계경쟁력은 13위로 인도(12위)에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건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존 EPC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기획-자금조달-시공-운영'의 모든 단계를 포괄하는 민관협력의 해외투자개발사업(PPP)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국내 건설업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는 높은 리스크를 우려해 해외투자개발사업과 다소 거리를 뒀지만 이제부터는 성공 방식을 배워야 한다는 시각이다.

국내 건설사들과 같은 그라운드 안에서 투자를 진행하는 KIND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KIND는 국내기업의 해외건설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2018년 설립된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투자개발형 사업에 진출할 때 KIND가 발굴 단계부터 운영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사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외 건설·인프라 전문가로 인정받아 지난 2021년부터 2대 사장으로 취임해 KIND를 이끌고 있다.

"이제 국내 기업들의 EPC 경쟁력이 점점 떨어져 가고 후발주자들의 경쟁력이 강화되다 보니까 결국 우리 기업도 투자를 통해 원하는 프로젝트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아직은 투자개발형 사업을 진행할 만한 기업체가 많지는 않지만, 이런 방향을 계속 시도해야 대기업의 역량도 쌓이고 관련 중소기업도 생기는 등 생태계가 조성될 것 같습니다."

◆"올해 해외시장 쉽지 않아"···KIND 조직·예산 확충도 필수

올해 상당수 대형 건설사들은 국내 경기 침체를 이유로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외 시장 공략이 녹록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단기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려는 시도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의 발굴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아직까지 금리도 낮은 수준이 아니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각국도 경기가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들은 환율 문제도 있어서 해외 시장 공략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장기적 관점으로 국내 건설사가 해외시장에서 사업을 발굴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KIND의 해외 지사와 유사한 인프라 협력 센터를 통해 국내 건설사가 해외투자개발형 사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녹록지 않은 국내 건설사의 해외시장 공략 작업을 더욱 확실하게 지원하기 위해 이 사장은 KIND의 자체적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KIND의 자본금 한도가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돼 당장의 갑갑함을 해소했다.

하지만 해외 건설·인프라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만큼 민간과 정부에 추가적으로 출자를 받아 예산과 인력을 충원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제가 과거에 한국도로공사에 있었을 때 도로 관련 사업만 하는 데도 해외사업처 인원이 45명이었습니다. 그런데 KIND의 인프라실은 도로뿐 아니라 철도, 공항, 항만 등 담당하는 부문이 더 넓은데도 인원은 30명 남짓 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 KIND는 '사업기획-자금조달-시공-운영' 모든 단계에서 국내 건설사를 지원해야 하니까 모든 단계마다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자본금이 4배로 늘어난 만큼 조직의 예산과 인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이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KIND 성과 실현 중···"미래 세대 위한 투자 지속해야"

예산과 조직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KIND와 이 사장이 최근까지 해왔던 일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사업이 눈에 띈다. KIND는 우크라이나 인프라 재건 정부 부처와 국내 국토교통부 사이를 잇는 소통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9월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지에 방문했을 때도 우크라이나 관련 기관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는 데 일조했다.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에서도 KIND가 활동하고 있다. KIND는 우크라이나 재건의 관문 역할을 맡고 있는 폴란드에 지난해 지원센터를 개소했다. 폴란드 기업과 국내 기업이 같이 사업을 발굴하고 참여하는 기회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다. 

네옴시티 등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도 KIND가 주목하고 있는 사업처다. 지난해 KIND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인프라 협력센터를 개소했다. 최근까지 해당 센터를 통해 현지의 정보를 수집해 국내 기업에 공유하고 있다.

"KIND가 살펴보는 사업은 도로·철도·공항·항만·댐 같은 인프라에서 스마트 시티나 단위 택지 같은 도시 개발, 태양광·신재생 에너지·배터리 저장 장치·SMR(소형모듈원전) 같은 신성장 산업까지 다방면입니다. KIND 직원은 90명 밖에 안 되는 작은 조직이지만, KIND가 다루고 있는 분야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하고 넓습니다."

조만간 결실을 거둬낼 사업도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베트남 현지에 설립한 '흥옌성 클린 산업단지'다. 흥옌성 클린 산업단지는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을 위한 최초의 한국형 산업단지다.

KIND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한국 컨소시엄이 75%를, 베트남 기업인 TDH 에코랜드가 25%를 투자해 설립한 합작법인이 시행을 맡았다.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에서 남동쪽으로 36㎞ 떨어진 흥옌성 지역에 143만1000㎡(43만평) 규모의 산업 단지가 오는 연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해당 산업단지에 입주할 40여 개 한국 기업은 건축·설비 등 약 4억 달러를 투자하고, 입주 초기 단계부터 베트남 현지에서 행정·금융·세무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이 사장은 이러한 성과를 내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사장은 코로나19 시기에 어려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정보를 얻기 어려운 해외 사업에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서 현지를 살펴보거나 외국인과 만나야 할 일이 많은데도, 코로나19 시기에 출장이 사실상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이 사장은 KIND가 뿌린 투자의 씨앗이 다음 세대의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처럼 EPC 위주의 해외 시장 공략은 건설사가 시공 이익만 거두고 돌아오면 끝나지만, KIND가 제시하는 해외투자개발형 사업은 시공뿐 아니라 설계·대출·운영 등 모든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관련자들이 적정한 수익을 챙겨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KIND가 하는 일이 당장은 투자의 씨앗을 뿌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서 어렵고 힘들지만, 그 씨앗에서 나온 수익은 우리 다음 세대가 가져가게 됩니다. 결국 우리 다음 세대에 투자하는 것이고, 다음 세대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힘써야 하는 것입니다."
 
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