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트럼프 컴백에 떨고있다? 미리보는 세계경제 시나리오

2024-02-20 19:09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트럼프가 돌아왔다. 아직 미국 대통령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세계인의 관심 인물로 돌아온 것은 확실해 보인다. 최근 3개월 동안 세계적으로 트럼프 뉴스검색이 평균 53.5 수준이고, 바이든은 6.8에 불과하다. 더욱이 최근 시점에 가까워져 오면서 두 인물의 관심도 격차는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이 약 3%p 선에서 접전 중에 있긴 하나, 트럼프의 지지율이 다소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트럼프가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돌아올 경우 세계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야 함을 시사해 준다.


 
자료: Google Trends (주: 전 세계, 최근 90일 기준, 뉴스 검색 기준)



높은 관세의 시대가 온다
만약,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할 일 중 하나는 10%의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유지되고 있는 약 3%의 미국 평균 관세율을 10%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1821년~1930년까지는 미국의 관세율 평균치가 약 30% 수준이었다. 1930년대부터 세계 경제가 자유무역의 시대로 점차 도약하고, 1995년 무역 자유화를 표방한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대까지 떨어졌다. 2017년까지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5% 수준이었으나,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2018년에 3%대로 올라갔다.



 
자료: US Department of Commerce



트럼프 행정부의 타깃은 유럽연합(EU)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EU에 불만을 가져왔다. 첫째, 중국 견제에 유럽국가들이 충분히 협조하지 않고, 중국과 적당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중국 기업에 투자를 제한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함께 하길 유도했는데, EU가 소극적으로만 대응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둘째, 유럽국가들이 이미 디지털세(DST, Digital Services Tax)를 도입해, 빅테크·플랫폼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일명, 구글세라고 불리는데, 구글(알파벳), 메타(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의 온라인 광고나 데이터 판매 등 매출의 2~7%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디지털세가 주로 미국 기업들이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해왔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징벌적 보복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되나?
중국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2018년 1월 1일 중국의 수출품목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3.1%였고, 2019년 1월 1일 12.0%, 2020년 1월 1일 21.0%로 인상했다. 보호무역 조치는 또 다른 보호무역 조치를 이끈다. 중국 역시 미국의 수출품목에 대해 2018년 1월 8.0%의 관세를 부과했다면, 2019년 1월, 2020년 1월 각각 16.5%, 20.9%로 끌어올린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가장 격화되었던 시점이다.

 
자료: The US-China Business Council



트럼프가 재임할 경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다양한 경제제재를 가할수록 미국으로 리쇼어링(reshoring)이 일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미국 내 생산이 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내수 경제가 활력을 갖게 만들기 위한 트럼프의 큰 그림인 것이다. 상대국의 수출품목에 대한 관세는 높게 부과하는 반면, 미국 내 법인세를 인하하고, 환경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들도 리쇼어링을 유도하기 위한 일관된 트럼프의 정책들이다.

트럼프2.0, 모든 게 변화할 것
통상환경에만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밖의 모든 곳에서 전혀 달라질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다. 첫째, 산업지형의 변화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될 경우, 가장 먼저 할 일 중에 하나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꼽고 있다. 트럼프가 ‘어젠다 47’이라는 이름으로 대선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지구상 가장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철폐하고, 자원개발을 막는 환경규제를 없애며, 원자력 에너지 생산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왔다면, 트럼프는 그러한 정책지원을 원점으로 돌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바이든의 핵심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를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전기차와 2차전지 투자전략에 상당한 혼선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국제정세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모든 정책기조는 ‘MAGA’로 일관된다. Make America Great Again. 트럼프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적 지휘를 유지하느라 희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재집권할 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탈퇴하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고,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 왔다. 미국이 세계 방위산업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동맹국들이 국방 예산을 증강할수록 미국의 방위산업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안보에 대한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스스로 국방력을 확보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방위산업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에게도 방위비 분담금을 추가적으로 요구하고, 한·미 동맹이 다시 시험대에 놓일 수 있다. 동맹국과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에 집중했던 바이든과는 달리, 트럼프는 MAGA에 혈안이 될 것이다.
 
셋째, 미국을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 것이다. 트럼프는 법인세 추가 인하를 공약했다. 트럼프는 2017년 세법 개편을 통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린 바 있다. 바이든이 집권하면서 법인세 최고 세율을 28%로 올렸는데, 트럼프는 이를 15%로 내리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는 법인세 추가 감면으로 미국 주식시장에 자금 유입을 유인하고, 절감된 세금만큼 기업들이 사업확장과 신규 채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특히, 통상 및 환경정책과 맞물려 기업들을 미국에 유치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즉,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의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상대국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부여함으로써 세계 주요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수출하기보다 현지 생산을 택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료: OECD



트럼프 시나리오와 통상전략 마련해야
트럼프가 재집권을 시작하면 나타날 통상환경의 변화를 그려보고, 사전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트럼프 재집권 시 EU에 대한 징벌적 무역 조치에 대응할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 고위 관리들도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더 큰 도전에 당면하게 될 것으로 인지하고, 미국 상원의원들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등 진지한 준비를 하고 있다.
 
트럼프가 구상하고 있는 통상 및 외교정책들을 조사하고, 가능성 큰 시나리오들을 마련하며 각각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구상해야 한다. 특히,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나 경제제재들이 단행됨으로써, 중국을 통한 대미 우회수출 전략이나, 중국산 소재 및 부품을 조달받는 공급망 전략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미국이 평균 관세율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미국 내 생산이 유리할 것인지, 그 밖의 더 유리한 우회 수출 경로가 있는지 사전에 고민해야 한다.
 
보호무역 조치 외에도 기존의 무역협정, 파리기후협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의 협정을 폐기·탈퇴할 가능성이 커 외교·통상 분야에 걸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은 자명하다. 특히, 대만 해협을 놓고 군사적 긴장감이 증폭되거나, 중동 및 러시아와의 관계가 재편될 수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세계 지형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외교·통상 분야에 걸쳐 나타날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기민하게 대응할 전략들을 사전에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