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동산 쇼크, 국내는 안전?] 당국, 사업장 단위 '개별 점검' 나섰지만…"지나친 낙관은 금물"

2024-02-18 18:05
美 오피스 공실률 '13.4%→20.6%' 상승 추세
은행권 외 일부 업권, 자기자본에 20% 이상 해외투자
보험권, 오피스 비중 37%에 달하기도
장기·주기적 리스크 관리 필요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여파에 금융사별 해외 부동산 사업장 단위 점검에 나섰지만, 기본 입장은 해당 리스크가 금융권으로 전이될 확률은 낮다고 보는 분위기다. 금융권의 손실 흡수 능력이 충분한 데다 총자산 대비 해외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은행을 제외한 일부 업권에서는 해당 투자 비율이 자기자본의 20%를 상회하고, 최근 북미 상업용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사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존재하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리스트를 사업장 단위별로 점검하고 있다.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담보인정비율(LTV) 변화 등을 상세하게 제출받아 손실을 숨기는 사례가 있는지 여부 등을 점검 중이다. 최근에는 롯데손해보험에 대해 해외 대체투자 관련 스트레스테스트(손실 가능금액 측정) 강화 등을 요구하며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점검에도 내부적으론 미국 상업용 부동산 이슈가 국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금융사가 해외 부동산에 55조8000억원가량을 투자했지만, 금융권 총자산(6762조5000억원) 대비 0.8%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 회의'에서 해외 부동산 대체 투자 현황을 점검하면서 금감원에 밀착 모니터링을 당부했다. 하지만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손실이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선 해외 상업용 오피스 공실률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현지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해외 오피스 등의 공실률도 비례해 늘고 있다는 시각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활성화와 환경규제 영향 등이 겹치며 관련 흐름에 탄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미국 오피스 공실률의 경우 2019년 12월 말 13.4%에서 2023년 6월 말 20.6%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울러 은행권을 제외한 일부 업권에선 최근 문제가 되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되고, 자기자본 대비 큰 비중을 차지해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보험사들의 지난 2022년 말 기준 해외부동산 투자잔액이 26조원인데, 이는 보험권 자기자본의 21.8% 수준이다. 또한 보험사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지역별 비중은 북미 67%, 유럽 14%, 아시아 4% 순이었으며, 보험권 해외부동산 용도별 투자 현황을 보면 오피스 비중이 37%로 가장 높았다. 

금융권에선 장기적 관점에서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들이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급격한 조정국면에 들어서면서 관련 투자의 불확실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특히 중소 금융사들의 부실화 및 연체율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대손충당금 적립 요구는 물론 장기적이고 주기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