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에 기술인력 유출까지...'책임분담금제' 수면위로
2024-02-16 06:00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인력 스카우트 시 분담금 내야"
#. 지난 2018년 창업한 B사는 장거리 수직이착륙 틸트로터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B사 핵심 기술자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 이직했다. B사 대표는 “중소기업이 신입직원을 채용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술인력으로 육성을 해도 대기업이 사람을 빼간다면 중소기업 사장 어느 누가 신입 개발직을 채용하겠는가”라고 토로했다. B사는 석사 이상 급 기술인력 7명으로 연구개발(R&D)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문 연구인력 충원이 어려워 추가 R&D 사업은 중단된 상황이다.
중소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기술인력 유출을 방지를 위한 ‘기술인력 스카우트 책임분담금 제도’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굵직한 대기업과 중견기업, 첨단 ICT업종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 중소기업 전문 연구인력 유출도 덩달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제 활동을 하는 취업자 수는 수도권이 1448만명으로 전체 51.0%를 차지했다. 2021년(50.5%)에 비해 0.5%포인트 높다. 게다가 비수도권 내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인력 편중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 기술인력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인력 유출로 인해 중소기업이 소송을 하더라도 비용 등 문제로 인해 중소기업이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완화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장치가 ‘기술인력 스카우트 책임분담금 제도’다. 이적료 개념으로 중소기업에서 기술인력을 채용하는 대기업이 합당한 분담금을 내도록 의무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분담금은 기금(재단)을 조성해 인력유출 중소기업 교육훈련과 연구개발 지원 등 목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대기업 분담금 규모는 해당 중소기업이 그동안 해당 인력을 위해 지출했던 교육훈련비와 제반 인건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다.
중소기업계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술탈취를 막기 위해 법 개정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5배로 높였듯이 기술인력 빼가기에 대한 제도 마련 서둘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개별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직접 보상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에서 관련 조정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중소기업 5년 이상 장기근속시 분양권 우선 공급, 기술인력 적금제도 도입 △지방국립대와 연계해 지역 중소기업에 2년 재직자에 석사과정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핵심인력이 대기업으로 유출되면서 그간 쌓아온 기술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위기를 겪었다는 지방 중소기업 대표들이 많다”며 “기술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 유출로 연구개발 투자가 멈추고 결국 기업 존폐 위기가 오는 불행한 사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