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결혼 기피 현상...청소년 10명 중 3명만 "결혼 필수"

2024-02-14 15:56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14일 '2023 청소년 가치관 조사 연구' 보고서에서 이러한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5∼7월 전국 초·중·고교생 7718명(남학생 3983명·여학생 3735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29.5%만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2년 73.2%가 해당 항목에 동의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도 안 되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러한 현상은 63.1%에서 18.8%로 감소한 여학생에게서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남학생은 82.3%에서 39.5%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여학생을 중심으로 결혼은 필수가 아닌, 개인의 '선택'이라는 가치관이 확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데는 60.6%가 동의했다. 청소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다. 

'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와 '외국인과 결혼할 수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각각 81.3%, 91.4%였다. '동성 결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청소년은 절반이 넘는 52.0%였다.

청소년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는 82.0%(복수응답)가 '성격'을 꼽았다. 성격은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래 줄곧 배우자 선택의 최우선 요소였다.

2순위는 '외모·매력'이 차지했다. 꾸준히 2순위를 지켜온 '경제'는 3순위로 밀렸다. 

연구진은 "청소년들이 더 이상 전통적인 가치관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며 "가족·출산 정책이 근본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혼 동거나 동성결혼 등에 대해 과반이 동의한 점은 우리 사회에서 가족의 범위를 재설정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며 "차별 없는 출산·양육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 유럽처럼 모든 가족에게 평등한 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보편적인 가족 정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