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준공형 부메랑 맞은 부동산 신탁사··· 신용등급 줄줄이 강등되나
2024-02-14 17:49
올 상반기 부동산 신탁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부동산 경기 호황 때 차입형토지신탁과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사업을 확대했던 신탁사들이 고금리와 분양경기 악화가 지속되며 재무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한국토지신탁에 대한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책임준공형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신탁사 자금 투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차입형 사업에서는 시공사 부실 위험이 커지며 신탁계정대(부실사업장에 자기자본을 투입하는 비용)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미분양 등으로 사업비를 회수하지 못하면 신탁계정대는 신탁사 손실로 반영된다.
업계 최상위 자본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토지신탁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재무 안정성 우려가 신탁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14개 신탁사 신탁계정대 총합은 2022년 12월 말 2조5698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4조801억원으로 58.8% 급증했다.
교보자산신탁은 지난해 4월 A-(안정적) 등급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실적 저조로 재무안정성이 악화되면서 4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BBB+(안정적) 등급을 받은 한국투자부동산신탁과 지난해 6월 A-(긍정적)를 받은 한국자산신탁도 강등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교보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는 지난해 1월 1579억원에서 9월 2457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한국투자부동산신탁(561억원→1546억원)과 한국자산신탁(2240억원→4415억원)은 각각 3배, 2배 늘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자금 조달 이자 부담이 커지며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 기준 3년 만기 회사채(일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떨어지면 금리는 4.92%에서 5.35%로 오른다. A-에서 한 단계 낮은 BBB+는 7.96%, BBB는 9.00% 수준이며 BBB- 이하로 떨어지면 금리가 10%를 넘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