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달↔레서판다 기증 약속했는데…문화재위가 막아선 이유
2024-02-14 00:01
'천연기념물' 수달, 일본 수출 허가 '부결'
"승인 시 천연기념물 첫 '수출' 사례…상세한 관리 계획 필요"
"승인 시 천연기념물 첫 '수출' 사례…상세한 관리 계획 필요"
서울대공원이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암수 1쌍을 일본의 한 동물원에 기증하려 했으나 문화재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13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산하 천연기념물 분과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서울대공원 동물원(서울동물원) 측이 수달 암수 1쌍을 일본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며 낸 신청 안건을 부결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보, 보물, 천연기념물 등은 수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할 수 없는데, 다만 '특정한 시설에서 연구 또는 관람 목적으로 증식된 천연기념물'의 경우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수출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이 기증하려던 수달 1쌍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대공원은 일본 측과 오랜 기간 협의해 수달 기증을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KAZA)와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JAZA)가 지난 2016년 레서판다의 서식지 외 보전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한 후 서울대공원은 타마동물원과 동물 상호 기증을 논의해 왔다. 양측은 수달과 레서판다를 기증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작년 11월 말 레서판다 암·수 1쌍이 국내로 들어왔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문화재위원 13명 가운데 7명은 수출을 허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나머지 위원 4명은 조건부 수출 허가, 2명은 보류 의견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건이 승인될 경우 한국 최초의 천연기념물 수출 사례가 되는 만큼 수출국과 수입국 모두 상세한 사전·사후 관리 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는데, 수달의 일본 기증 이후 서울대공원과 일본 동물원 측의 사후 관리 계획 등이 부실해 안건을 부결했다. 한 관계자는 "사후 관리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보완하면 허가될 것으로 본다. 서울대공원 측도 재신청을 위한 보완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 문화재위원들은 회의에서 '한·일 양측 관계기관의 상세한 사전·사후 관리 계획 제시'를 비롯해 '서울대공원의 수달 혈액 등 유전자 시료 확보와 장기 냉동 보관', '일본 동물원의 수달 활용 계획 및 관리 방안 제시' 등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달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족제비과 동물이다. 몸길이는 65∼110㎝, 꼬리 길이는 30∼50㎝, 체중 5∼14㎏ 정도이며 머리는 납작하고 둥근 형태를 띤다. 주로 하천이나 호숫가에 살며 야행성 동물이라 시각, 청각, 후각이 발달했다. 일본에선 이미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희귀종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