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란·여진·고려, 그들은 왜 한자를 빌려 문자를 만들었을까?

2024-02-11 18:03
국립세계문자박물관, 23일 '동아시아 한자 변용 문자' 학술대회 개최

'동아시아 한자 변용 문자' 학술대회 포스터 [사진=국립세계문자박물관]
 
거란·여진·고려, 그들은 왜 한자를 빌려 문자를 만들었을까?

국립세계문자박물관(관장 김성헌)은 구결학회(회장 김성주)와 함께 오는 23일 오후 1시에 ‘동아시아 한자 변용 문자’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한자 변용 문자’는 중국어와는 다른 자국의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 한자의 자형이나 음성적·의미적 기능을 변용하여 새롭게 만든 문자를 말한다. 훈민정음 창제 이전에도 한자를 이용한 문자 생활을 했으나 우리말로 된 지명이나 인명 등의 표기를 위해 한자를 변용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우리말 문장 표기에 차용되어 기존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 한자 및 표기법을 차자표기(향찰·이두·구결)라고 부른다.

우리뿐만 아니라 한자를 변용해 새로운 한자를 만들어 사용한 예는 거란의 거란대자·소자, 여진의 여진대자·소자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한자를 변용해 만든 문자라는 점에 공통점을 지니지만, 한편으로 각 언어에 맞게 변화했다는 점에서 차이점도 지닌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두·향찰·구결 등 우리 차자표기를 문자사 관점에서 새롭게 돌아보고자 한다.
 
이와 함께, 한자를 변용해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사용해 온 동아시아 문자(여진, 거란문자)를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한자의 변용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들과 우리 차자표기를 비교하는 연구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진 바 없어, 이번 학술대회는 학술적인 의의가 있다.
 
학술대회는 총 2부로 나누어 진행된다. 1부에서는 △여진문자 비석문 및 관련 연구사(손백군(孙伯君),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 △요나라 글쓰기의 혁신과 연속성: 거란어 및 거란문자(앤드류 시무넥, 솔브릿지 국제경영대 교수)란 주제로 중국 북방 한자계 문자인 여진문자와 거란문자에 대해 살펴본다.

2부에서는 △중국 출토 문자 자료에 보이는 구어투 서사: 구결의 형성과 관련하여(김병준,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차자표기의 문자론적 접근(이용, 서울시립대 자유융합대학 교수)을 주제로 향찰·이두·구결 등 우리나라의 한자 변용 문자에 대해 논의한다.
 
주제 발표 이후에는 종합토론을 통해 동아시아 문자발달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련해 앞으로의 연구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성헌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관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보편적인 문자사의 관점에서 우리 차자표기를 새롭게 돌아보고, 동아시아 문자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학술대회 행사에 참여를 희망하는 경우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오는 22일까지 사전등록을 신청하며, 세계 문자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