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상생에 4대금융 실적 '주춤'…KB, 4.6兆 '나홀로 질주'

2024-02-07 15:24
전년 比 11.5% 늘어…신한·하나·우리 당기순이익 축소
은행·비은행 고른 실적 개선…가계·기업대출 모두 성장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사 [사진=KB금융그룹]
지난해 국내 주요 금융그룹 실적이 주춤했지만 KB금융그룹은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 규모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KB국민은행이 가계·기업 여신에서 모두 선전하고, 비은행 계열사도 호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지난해 4조63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고 7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4조1530억원) 대비 11.5% 확대된 규모다. 그룹의 연간 순이자마진(NIM)은 전년 대비 0.12%포인트 개선된 2.08%로 집계됐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의 영향으로 자산건전성 지표는 악화했다. 부실채권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1년 전보다 0.23%포인트 상승한 0.57%로 나타났다. KB금융은 이에 대응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전년보다 70.3% 늘린 3조1464억원으로 책정했다. 보수적인 경기 전망을 반영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에 대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다.

KB금융의 이번 호실적은 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금융그룹과 대비되는 행보다. 앞서 2023년도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우리금융은 각각 3조4516억원, 2조51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했을 때 하나금융은 3.3%, 우리금융은 19.9% 감소했다.

8일 실적발표가 예정된 신한금융도 전년 대비 4%가량 줄어든 4조4496억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민생금융지원의 영향으로 신한금융 실적은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은 KB금융의 ‘나홀로 질주’가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선전, KB손해보험·KB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호실적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특히 KB국민은행이 은행권 최대 규모(3712억원) 민생금융지원에 나서고, 그룹 전체적으로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면서도 가계·기업대출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에 더해 KB손보와 KB증권도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뤄내면서 그룹 전체 실적에 기여했다. KB손보는 지난해 75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35.1% 성장했다. 손해율이 전년 대비 0.3%포인트 낮은 82.2%를 기록한 점과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전년 대비 7.2% 개선된 게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KB증권은 전년 대비 107.5% 늘어난 389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자산관리(WM) 금융상품 판매가 늘면서 관련 수익이 증가하고 적극적인 시장 대응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KB금융 관계자는 “올해 1주당 배당금은 이미 지급된 1530원을 포함해 총 3060원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이에 더해 올해 3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