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發 리스크 현실화] 대구 30배, 울산 6배 '미분양 폭탄'…올해 공급위축 지속

2024-02-08 05:00
전국 미분양주택 규모, 최근 한 달새 4500호 이상 증가
대구·울산 등 상황 심각…"건설사 자금력 악화 가능성"
한은 "민간소비·건설경기 부진, 국내 경제성장 걸림돌"

도심의 한 아파트 전경. 2023.11.30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고금리 후폭풍으로 부동산 미분양 물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신규 건설 허가 신청과 착공 건수가 급감하고 있다. 올해 내내 공급 위축에 따른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가구·장비 등 후방 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통계청과 한국은행(한은) 등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주택 규모는 지난해 12월 기준 6만2489호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던 2020년 같은 기간(1만9000호)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한 달 사이에만 4500호 넘게 늘었다.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더 심각하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 미분양주택이 1만245호로 2020년 12월(280호) 대비 30배 이상 폭증한 상태다. 같은 기간 울산은 468호에서 2941호로 6배 이상 증가했다. 

한은 제주본부의 최근 보고서를 살펴보면 제주 내 준공 후 미분양 비율은 39.7%로 전국 평균(17.5%)을 2배 이상 상회했다. 보고서는 "지역 내 미분양 주택 누증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 공사 대금 회수 차질로 인한 건설사 자금 사정 악화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걸림돌로 민간 소비 위축과 더불어 건설 경기 부진이 꼽힌다. 한은은 올해 건설투자 규모가 연 1.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연구원은 한은보다 높은 1.6%를 제시했다.

실제 부동산 시장 동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건설 허가와 착공 건수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25.9%와 40.4% 급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규 인허가는 반년 정도 시차를 두고 시장에 반영된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청 건수가 크게 줄었다는 건 올해 부동산 공급 위축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원자재·인건비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추가 부실 우려 등 추가 악재가 산적한 상황이다. 여기에 신규 착공까지 줄어들면 건자재·가구·장비 등 후방 산업 역시 실적 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건설 현장 근로자들의 소득 감소 역시 불가피하다. 건설업 업황을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해 9월 이후 넉 달 연속 하락해 지난달 기준 58(기준=100) 수준까지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