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에 노 젓는 증권사… 고액자산가 '맞춤 관리' 속도낸다

2024-02-08 06:00
지점 줄이고 부촌에 PB센터 개소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인근 상가에
미래에셋 등 5곳서 고객 유치 경쟁

[그래픽=아주경제]

중대형 증권사들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는 정부 시책으로 혜택을 볼 고액 자산가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전국의 물리적 사업장인 지점을 대거 철수하거나 영업망을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는 동시에 강남·반포·청담·여의도 등 거점 지역에는 대형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7일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근 5년(2019년 말~2023년 3분기 말) 사이 주요 국내 지점과 출장소·영업소 157개를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97곳(62%)이 수도권에서 문을 닫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국내 60여 개 증권사 전체 지점 수는 1026개에서 842개로 184개 줄었는데 그중 10대 증권사 비중이 85%를 차지한다. 

하지만 동시에 서울 부촌이나 주요 거점에는 중대형 증권사들이 고액 자산가를 겨냥해 새로운 PB 센터를 잇따라 개소했다.

서울 반포동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 인근에는 작년 4분기부터 한 상가에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이 고액 자산가를 공략할 PB센터를 개설하고 고객 유치에 한창이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2021년 일반 분양가가 3.3㎡(평)당 5600만원대에 달했던 부유층 거주지다.

이곳은 일반 지점과 달리 수십억 원 이상 자금을 굴리는 고액 자산가를 위해 증권과 부동산 투자, 예금 관리에 세무·법률 상담까지 제공하는 PB 서비스로 맞춤 자산관리(WM)를 제공한다. KB증권도 이달 중 같은 건물에 개점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5개 증권사 간 우량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지점 수를 줄이면서도 서울 시내 PB 서비스와 WM 특화 지점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대신증권 여의도 금융1~4센터, 신한투자증권 청담금융센터·신한PWM강남파이낸스센터, 현대차증권 강남프리미어PB센터, 하나증권 반포WM센터·용산WM센터, 메리츠증권 강남프리미엄WM센터 등이 운영 중이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2010년대 초부터 각각 '삼성SNI'와 '프리미어 블루'라는 고액 자산가 WM 특화 브랜드를 만들었다. 프리미어 블루는 부유층 자산관리 특화 점포로 강남·강북에 5곳이 있다. 최근 삼성증권은 강남에 초고액 자산가 대상 패밀리오피스를 제공하는 SNI 패밀리오피스센터를 열었다.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대형 PB 센터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했고 증권거래세는 예정대로 인하하기로 하며 금융투자에 나선 고액 자산가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해당 소득에 대해 20%(3억원 초과 시 25%)를 부과한다. 기획재정부가 추산한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약 15만명으로 전체 개인투자자 1400만명 가운데 1.1%를 차지한다.

금투세가 폐지되고 현행대로 주식 매도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체제를 유지하면 수십억 원대 이상 자금을 운용하는 고액 자산가에게 세 부담이 줄어들어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다. 증권사는 이러한 고액 자산가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부동산 PF 대출과 일반 리테일 중심인 사업 구조에서 탈피한다는 방안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영업활동이 많지 않은 지점들에 대한 통폐합 작업을 연중 진행할 계획"이라며 "금투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등 고액 자산가들을 겨냥해 주요 전략 요충지 PB 센터를 대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