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정훈 우리금융硏 대표 "세계경제는 분열中…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2024-02-07 18:00
한국은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세계 경제 위축 속 미·중 무역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해묵은 불확실성이 됐다. 중국 경기 둔화와 양안 갈등, 미국 등 각국의 선거까지 맞물리며 한국은 더욱 난해해진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올해처럼 특히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세계 경제를 단순히 경제 이슈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홍해의 안보 악화에 따른 공급망 혼란 등 돌발 변수가 끊이지 않고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세계가 분열하고 있는 만큼 해결책도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국내로 경제 상황을 한정해서 본다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기회복 지연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여전히 고금리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고 국내 금리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는 부담…'약한 고리' 부실 확대될 수도"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만간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5.25~5.50%에서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해 연내 4%대까지 낮출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 대표는 "미국이 5~6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말엔 기준금리 상단을 4.75%까지 내려잡을 것으로 본다"며 "이와 맞물려 한국은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하반기에 두 차례, 총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면 부동산 PF나 다중채무자 등 '약한 고리'의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
그는 "부동산 PF는 당국이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지만 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며 "예상보다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이에 따라 부실 사업장이 늘어날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는 부동산 PF의 옥석을 가리는 과정에서 경제 전반의 충격 없이 안정적인 관리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재구조화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지가 다음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주택시장 완만한 회복세 전망…가계대출 증가세 둔화할 것"
통화정책이 점진적 선회 가능성을 보이면서 부동산을 포함한 투자심리는 일부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올해 국내 주택시장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수출 경기 회복,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재건축 활성화 등이 수요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역별로는 집값 움직임이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와 지역화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회복에 속도차가 있을 수 있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국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고 명목GDP 대비 과도하게 커져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들에게 충분한 자금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되, 가계부채 급증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전체 대출증가 속도를 명목GDP 성장률 이내에서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을 성장률 이내로 관리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꾸준히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2년 105.4%에서 지난해 104.5%, 올해 100.8%(잠정치)까지 2년 연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해 실시됐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의 기저효과, 오는 26일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 등을 감안하면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0조1000억원, 주담대는 45조1000억원 증가했다.
"韓,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경험 체화…우리 경제의 자산"
경기회복의 기대감과 글로벌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그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점쳤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 때마다 금융시장의 최일선에서 부딪치며 체화한 경험이 어떤 위기도 극복 가능하다는 강한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박 대표는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특성 탓에 늘 녹록지 않은 환경에 노출돼 있다"면서도 "우리에겐 어려운 상황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나름의 노하우와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내재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항상 위기가 온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예민한 판단력을 갖고 있다"며 "힘든 시기를 극복한 성공의 경험이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정된 상황에서는 기회도 없다"며 "올해도 현 상황을 잘 이겨나가면 수치 하나에서 주는 의미보다 더 큰 긍정적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