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지원 모라이 대표 "소프트중심차량·UAM 두 축으로 회사 성장...글로벌 매출 늘려 내년 상장 본격화"
2024-02-05 16:00
정지원 모라이 공동대표 인터뷰
SDV·UAM 모빌리티 업계 핵심 화두 주력
시뮬레이션 플랫폼 '모라이 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
사업 성장, 매출 확대로 흑자 전환 자신...전체 매출 30% 해외서
SDV·UAM 모빌리티 업계 핵심 화두 주력
시뮬레이션 플랫폼 '모라이 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
사업 성장, 매출 확대로 흑자 전환 자신...전체 매출 30% 해외서
5일 소프트웨어 업계에 따르면 정지원 대표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 현장에서 아주경제와 만나 “최근 모빌리티 업계의 핵심 화두인 SDV와 UAM을 중심으로 사업 성장을 추진 중”이라며 “CES에서 SDV 대응 솔루션과 UAM 실증 기술을 시연해 글로벌 기업과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모라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 대표가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고자 카이스트 자율주행차 연구진과 의기투합해 지난 2018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네이버 D2SF, 카카오벤처스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제로원, 한국투자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B(성장 단계)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 CES 부스 나란히...자율차 기술 자신감
모라이는 5년 연속으로 CES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SDV 솔루션과 UAM 관제 플랫폼 판로를 해외로 확대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플랫폼인 ‘모라이 심(MORAI SIM)’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모라이 심은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UAM, 무인 로봇과 선박 등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가상 검증(디지털 트윈) 플랫폼이다.
모라이는 스타트업들이 흔히 전시부스를 내는 ‘유레카파크’ 대신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대형 전시부스를 차린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웨스트 홀에 전시부스를 마련했다. 실제 현업에 활용할 수 있는 SDV·UAM 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우선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이 추진한 ‘메타버스 기반 자율주행 가상시험환경 구축과 실증기술 개발’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필두로 ‘레벨4 자율주행 차량 테스트베드 환경 구축’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도로교통 디지털트윈' 과제의 성과를 소개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선 SDV 개발 플랫폼을 만든 ‘팝콘사(PopcornSAR)’, 차량용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텔레칩스’ 등과 협력을 발표했다.
정 대표는 “최근 자동차 산업은 SDV의 대두로 인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굉장히 커졌다”며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려면 개발 단계에서 검증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데, 개발 도중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적절한 개발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성이 생겼다”고 모라이가 관련 사업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서 모라이가 준비한 것이 하드웨어 없이 가상 환경에서 소프트웨어를 검증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도구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개발 검증 환경을 만든 후 실제 차량용 반도체에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서 검증하는 전 과정을 지원한다.
업계에선 특히 SW 기업인 모라이와 반도체 기업인 텔레칩스의 협력이 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라이는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위한 테스트 환경을 텔레칩스로부터 제공받고, 텔레칩스는 모라이의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활용해 자사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칩의 성능을 검증하고, AI 객체 인식(컴퓨터비전) 성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정 대표는 “두 회사는 우선 텔레칩스가 자체 개발한 카메라 영상 처리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활용한 카메라 영상 처리 보드를 만들기에 앞서 소프트웨어 기반 사전 시뮬레이션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며 “당장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기술 협력 고도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 대표 방침에 맞춰 두 회사는 SDV 관련 데이터를 상호 공유하고 연구·개발에 공동 활용할 계획이다. 텔레칩스는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칩 성능 안정화 성과를 내고, 모라이는 텔레칩스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 인지 알고리즘 검증을 위한 다양한 사례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모라이의 또 다른 핵심산업인 UAM의 경우 CES 2024에서 시뮬레이션 기반 UAM 버티포트(이착륙장)와 관제 솔루션을 선보였다. 모라이는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UAM·관제 시스템을 포함한 버티포트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버티포트는 UAM과 같은 수직 이착륙기를 위한 이착륙 시설로, CES 2024 전시장에선 양사 협력 성과인 △버티포트 운영 시스템 △UAM 에어 트래픽 관리 시스템 △제어를 포함한 ‘가상 통합 운영 플랫폼’ 등을 시연했다.
정 대표는 “올해 국토교통부의 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보니 UAM 성능을 검증하고, 운영 관제할 수 있는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했다”며 “UAM은 처음부터 해외에서 진행한 사업이라 해외 기업들도 모라이의 기술·플랫폼에 많은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비밀유지협약(NDA)으로 인해 실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여러 국제 공항과 UAM 기체 개발사와 협력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는 게 정 대표 측 설명이다.
자율운항 선박 분야에선 삼성중공업과 협력 사례를, 설계·공급·시행(EPC) 분야에선 삼성엔지니어링과 공동 개발 솔루션을 만든 성과를 알렸다.
◆"꾸준히 글로벌 문 두드려야 더 큰 사업 기회 생겨"
정 대표는 아직 상장 전 스타트업인 모라이가 상당한 자본적 지출을 감수하면서까지 CES에 매년 참가해 글로벌 시장 문을 꾸준히 두드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회사를 널리 알려야 더 큰 사업 기회가 생긴다”고 답했다.
그는 “CES에 두세 번 나올 때만 해도 전시회 참가가 바로 해외 사업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4번째 참가 이후부터 자주 보는 파트너 기업과 모라이의 성장에 주목하는 해외 바이어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모라이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미팅을 포함해 사업논의 횟수와 규모도 함께 커졌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이러한 정 대표의 뚝심은 해외 시장의 높은 벽을 넘으려는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CES 행사에 한 번 참가했다고 해서 바로 해외 고객·매출이 생길 리 만무하다. 회사와 서비스를 꾸준히 알리고 해외 바이어·네트워크 확대에 주력한 기업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실제로 모라이의 CES 2024 전시부스는 B2B(기업 간 거래) 중심으로 구성돼 한국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SDV와 UAM 개발 환경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전환한 성과에 관심을 보내는 바이어들이 꾸준히 찾았다.
정 대표는 “현재 모라이 글로벌 핵심 파트너는 클라우드 기업인 AWS와 시뮬레이션 기업인 앤시스”라며 “두 회사 임원과 주기적으로 만나 사업 협력을 강화할 방안을 논의하고 공동 프로모션을 전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우수 SaaS에 글로벌 클라우드·소프트웨어 기업이 관심을 보낸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아직 모라이 전체 매출에서 해외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3~5년 뒤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에서 내는 것을 목표로 차근차근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이제 유의미한 해외 매출이 생겼고, 이를 다수의 장기 계약으로 확대하는 작업을 올해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해는 SDV 개발 대행과 자율주행 검증 기술 고도화 작업에 집중하고, UAM은 본격적으로 실증 준비에 나선다. 정 대표는 “UAM 운영의 핵심인 운항 스케줄링 관제 기술을 개발해서 국내외 개발사에 공급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장기적으론 방위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 대표는 특히 AI·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중요한 복합무기체계에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기존 방위 산업이 민간 기술과 적극 결합하는 상황에서 모라이에 많은 사업 기회가 올 것이란 예측이다.
정 대표는 “현재는 모라이 매출에서 SDV의 비중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SDV와 UAM 매출 비중이 5대 5가 될 것”이라며 “현재 추세로 볼 때 2025년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고, 이 성과를 토대로 올해 상장 주관사를 정하고 내년 상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