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수도권 쏠림현상' 사라질까··· 비수도권 위주로 의사 확대

2024-02-06 17:24
복지부,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 발표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전형 60% 이상 추진··· 지역의대 신설은 아직"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5학년도 의과대학(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난다.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동결된 지 19년 만이다. 늘어난 의대 정원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배정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개최하고, 보정심에서 논의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수 전문가에 따르면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감안할 때 2035년 1만명 정도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를 위해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해,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이 추가로 입학하게 되면 2031년부터 배출돼 2035년까지 최대 1만명에 이르는 의사 인력이 확충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원되는 의대 입학정원의 대학별 배정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배정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조 장관은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특히 각 비수도권 의과대학에 입학 시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5학년도 대학별 입학정원은 교육부의 정원 배정 절차 등을 거쳐 추후 발표된다.

지역 의대 신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계속 검토할 예정”이라면서도 “당장 2025학년도 입학정원에 반영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과 다른 나라 의대 수에 비해 많기 때문에 신설보다 지역에서 의대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그 지역에 거주하면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부연했다. 

조 장관은 총파업 등 강한 반발을 예고한 의료인들을 향해서는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 생명과 건강 보장을 공동목표로, 한데 힘을 모아야 하는 협력자이자 동반자”라며 “정부와 새로운 의료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늘어난 의사 인력, 필수의료 되살릴 수 있을까
 
정부는 한국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2021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 OECD 평균은 3.7명으로 오스트리아(5.4명), 노르웨이(5.2명), 독일(4.5명) 등에 비해 부족한 상태다. 2020년 기준 국내 의대 졸업자는 인구 10만명당 7.2명으로 OECD 평균 13.6명 대비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정부가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의사 수 부족이 지역·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늘어난 의료 인력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강력한 반발에 나선 의사단체 총파업 여부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대 증원에 따른 쏠림 현상이나 의사 파업 문제는 결국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며 “필수의료를 전공하는 의사가 늘어나도록 의료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의대 증원은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부족한 의사가 여러 병원으로 분산되면서 응급·중증·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이 더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적절한 수의 병원만 전문센터로 지정해 흩어져 있는 의사 인력을 전문센터에 집중시켜야 한다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의료 취약지의 필수 의료를 책임지겠다는 대학병원에만 늘린 의대 정원을 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 교수는 “이는 의료체계를 협력과 상생의 의료생태계로 바꿔나갈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규모(2000명)는 적절하다고 봤다. 최종적으로는 의대 정원을 4500명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서울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2050년에 부족한 의사 수는 최소 2만5000명에 달한다. 다만 이런 수요 추계는 현재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가정에서 나왔다. 당장 의사가 30%가량 부족한 것을 고려하면 2050년 부족한 의사 수는 3만3000명이 돼야 맞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 당장 부족한 의사 수와 2050년에 부족한 의사 수를 합하면 약 6만5500명이 된다”면서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늘려 2035년부터 전문의 배출이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의대 정원을 4500명가 늘려야 2050년까지 부족한 의사를 충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