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칼럼] 이대남 이대녀 …'젠더갈등' 부추기는 표심 공략

2024-02-05 05:00


[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교수]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소위 말하는 이대남과 이대녀 간 뚜렷하게 다른 투표 성향을 보고 많은 놀라움이 있었다. 20대 남성들의 58%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데 반해 20대 여성은 59%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이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결국 이대남의 보수성과 이대녀의 진보성은 단순히 지나가는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 현상이라는 점이 최근 조사에서 밝혀졌다. 즉 과거에는 동일 세대가 남녀 구별 없이 대개 동일한 정치 이념을 갖고 있었으나 소위 말하는 Z세대에서는 이것이 성별에 따라 극명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앨리스 에번스(Alice Evans) 교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30세 미만의 남성들은 보수를 고수하거나 더욱 보수적으로 변하는 반면 동 세대 여성들은 진보적으로 변하는데 이 현상이 특히 지난 6-7년간 두드러졌다. 이런 현상은 미국, 영국, 독일 등 구미 선진국뿐 아니라 한국,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발견되고 동유럽의 폴란드, 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도 발견된다. 이 중에서 가장 극심한 변화가 일어나는 국가가 한국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가 한국 정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18세에서 29세까지 세대에서 여성은 30%포인트가 더 진보적이고 남성은 20%포인트가 더 보수적이다.  2005년에는 양자 간의 차이가 10%포인트에 지나지 않았다. 같은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에서는 이 차이가 30%포인트, 영국에서는 25%포인트였다. 최근 폴란드 선거에서 18-21세 남성의 반이 극우 Confederation당을 지지했으나 여성에서는 이 수치가 6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30세 미만 독일 남성들은 다른 세대보다 이민에 더욱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젊을수록 이민에 더욱 개방적일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것이다.

에번스 교수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미투운동이 시작된 2010년대 중반부터 특히 심해졌는데 여성의 권리를 신장하려는 페미니즘의 확산과 이에 대한 남성 보수층의 거부감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회에 존재하는 남녀 간 불평등의 원인을 남성으로 돌리는 경향이 커지고 여기에 대한 남성들의 저항을 지적한다. 즉 현재의 불평등이 자신들보다는 과거 세대가 만든 현상인데 자신들이 부당하게 비난받는다는 생각이다. 또한 보다 많은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이에 따라 자신만의 이념과 철학을 고집하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즉 인터넷에서 여성과 남성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거주하고 생활하다 보니 자신들의 이념과 태도가 더욱 공고해져서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어느 세대에게나 일어나지만 특히 인터넷 공간에 오래 머무르는 MZ세대에게는 더욱 극심하다. 과거 세대는 남녀가 학교, 직장, 가정 등 물리적으로 대개 같은 공간에 거주하며 동일한 사건을 동일하게 경험하게 되어 동일한 태도를 형성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과정이다. 미국 Z세대의 경우 남성들은 유튜브, 여성들은 틱톡을 많이 사용한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결혼을 회피하고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도 이유가 된다. 남녀 간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기간이 길수록 성별 간 이념과 철학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아마 이것이 한국 젊은 세대의 젠더 갈등이 가장 극심한 이유일 것이다. 결혼이나 출산율이 급락하고 가정을 갖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남녀 간 물리적인 거리감이 더욱 멀어지고 이것이 생각의 거리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젊은 세대 젠더 갈등은 전 세계의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에서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돌아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이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과거 지역, 세대, 계층 간 갈등보다 훨씬 더 큰 파괴력을 보일 것이다. 벌써 그런 조짐은 여러 곳에서 보인다. 보수적인 국민의힘은 군 복무 혜택 강화 등 젊은 남성을 겨냥한 공약을 이어서 발표하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나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 공약을 통해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여성 친화적 정책과 공약을 통해 진보적인 젊은 여성들의 표를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선거 전략은 일단은 양당의 득표율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인해 더욱 양극화되는 MZ세대의 젠더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폐해가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한국에서 이들의 대립은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이들이 후에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때 한국 사회는 더욱 갈등과 분열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한국은 현재 안고 있는 지역, 세대, 계층 간 갈등으로도 벌써 충분히 곪을 대로 곪아 있는데 말이다.


이병종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